썰물에 드러난 갯벌 위를 맨발로 걸으면 젖은 모래에서 발을 뗄 때마다 찰싹찰싹 작은 파도 소리가 난다. 얼핏 들으면 맨 살끼리 서로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렇게 발 밑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다 보면 어느새 처얼썩하고 진짜 파도가 내 두 발을 모래 속에 파묻고 넘어가다 재빠르게 물러난다. 바닷물은 차고 모래는 부드럽고 따뜻해, 내리쬐는 햇살에는 눈이 부시고 말 그대로 한 여름의 바다. 집에서 차로 45분이면 우리는 밀물과 썰물로 부지런한 바다와 한 풍경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휴가를 쓰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정말로 우리가 휴가 중인 것만 같다. 어디를 가나 인도 사람들이 많았던 뉴저지에 익숙해진 나머지 백인 인구가 많은 이곳이 아직은 우리가 사는 곳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탓도 있다. 바닷가에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우리 곁에 인도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나 세어본다. 여긴 인도 사람들이 너무 없어. 야, 우리 옆 집 사람 인도 사람이야. 아, 맞다.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나는 눈으로 계속 인도 사람들을 찾는다. 그들이 그동안 내 일상의 풍경이었어. 안전해, 우리는 모두 이민자라고, 우리에게는 오로지 이 나라가 아니라 저 나라도, 영어 말고 모국어가 따로 있다고. 짐을 부려놓은 해변가 우리 옆자리에 모여 앉은 백인 가족이 서로 불어로 얘기한다. 우리도 이민자라고, 관광객이라고, 사람이라고, 안심해. 백인을 TV 쇼에서만 무더기로 봐와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밀물 때가 서서히 다가와 나는 의자를 끌고 해변 쪽으로 점점 물러난다. 눈앞으로 밀려드는 파도 떼를 바라보면서 귀로는 파도 소리를 지우는 검정치마의 노래를 듣는다. 어디선가 마리화나 냄새가 내 코 끝으로 스며들어오고 있어, 넌 누구니? 나도 한 대만, 아니 딱 한 모금만. Hey, let your bright light shine on me. Can you love me unconditionally and sing a million lullabies on a sleepy day. Hey, let your sea breeze blow on me when I am sailing internationally and whisper all your prayers on a stormy day. (검정치마, Love Shine)
집에 가자. 거기가 어딘데? 오늘은 바닷물에 젖은 옷을 빨래할 수 있는 곳.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