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매일 집 밖에다 내다 버리면서 사는 생활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일주일에 단 한 번만 우리 집 앞으로 쓰레기 수거 트럭이 온다. 내가 들어가서 숨을 수 있을 만한 크기에 바퀴가 달린 파랑과 검정 플라스틱 쓰레기통 두 개만큼이 우리에게 허락된 일주일치의 재활용 쓰레기와 쓰레기이다. 그래서 하기 싫은 마음으로 이삿짐을 싸면서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가져온 물건들이 결국 쓰레기였는데도 나는 그걸 다시 상자째로 벽장 속에 처박았다. 한시라도 빨리 버려져야 할 생활 쓰레기에 번번이 버려질 순서가 뒤로 밀려서 그랬다. 다음 이사. 벽장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떠오르는 말은 분명 다음 이사였다.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들의 쓰레기에 우리 쓰레기를 더하는 건 냄새나고 보기 싫은 일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내 몸집만 한 쓰레기봉투를 어깨에 지고 도둑처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 덤스터 옆에 세워져 있는 어른 무릎 높이의 수상한 직육면체 금속통 두 개에 눈을 떼지 못한 적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땅콩 기름통이었다. 채식주의자의 다양한 튀김 요리를 상상하며 나는 우리 일상생활의 시체가 쓰레기장에 모두 모여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코스트코에서 인기 있는 먹거리가 무엇인지, 어느 집 아이의 지나간 유아기 풍경, 이웃의 등장과 퇴장을 쓰레기장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쓰레기 트럭에 실리지 못하고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과 꼭지를 보고 집에 사과가 떨어졌네, 서둘러 장을 보러 갈 수도 있었다.
마음이 내킬 때만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장이 이웃들의 쓰레기로 넘쳐나면 일부러 하루 기다렸다 쓰레기를 버리던 나날도 이제는 끝이 났다. 다른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보면서 내 쓰레기의 모양이 쟤보다는 양심적이라고 안심하는 동시에 세상의 종말이 머지않았다고 절망하던 순간도 한동안은 없을 것이다. 두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깨끗이 담긴 쓰레기는 버리는 사람이 수거하는 사람에게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 아침마다 동네에 쓰레기 트럭 들어오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미안해지던 마음을 더는 느끼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쓰레기장 가까이 사는 이웃의 발코니를 가득 채운 화분들을 안쓰러워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남은 건 단독의 외면할 수 없는, 미룰 수 없고, 변명의 여지없는 쓰레기. 우리의 책임 또는 우리만의 몰락? 걱정하지 마. 아직은 괜찮아. 시부모님이 우리 집에 같이 계셔.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