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는 동안 아, 이거 진짜 아닌데, 하면서도 속으로 끊임없이 링 마이 벨을 흥얼거리는 중년의 위기. 보스턴 외곽 어느 가정집에서 에픽 하이 공연날은 이렇게 다이나믹 듀오로 스물스물 밝아온다.
드디어 금요일 하루가 저물고 공연장에 도착한 우리는 입구에서 무사히 소지품 검사를 마친다. 금속 검색대 역시 경고음 없이 차례로 통과한다. 중학생과 소년이 인파 속을 두리번거리며, 공중을 떠다니듯 걷다 엄마, 여기 나이 제한 있어? 하고 묻는다. 아니, 티켓 사면서 확인했는데, 앗, 애들은 별로 없네.
집에서 공연장까지 우버를 타고 오는 길에 소년 친구 엄마와 주고받은 카톡. 오늘 에픽 하이 가요? 네, 지금 우버 타고 가고 있어요. 남편이랑 애들 다 데리고. 전 저녁 먹고 동생들이랑 이제 공연장으로 가고 있어요. 거기서 maybe 봐요. 아, 동생들이랑. 부럽네요.
관객들의 환호 속에 에픽 하이가 무대 위로 온몸을 끄덕끄덕 등장한다. 어느 순간 중학생이 내게 입이 찢어져라 미소 지으며 두 손으로 소년의 귀를 막아 보인다. 얘야, 늦었어. 걘 벌써 켄드릭 라마도 알잖아. 내가 너네 엄마라고 굳이 내 앞에서 순진하고 청순한 척위태롭게 그럴 필요 없단다. 에픽 하이가 리듬에 맞춰 욕으로 예술할 때, 중학생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동영상을 찍더니 친구한테 보낸다. 우리 엄마가 이런 음악을 즐길 줄은. 아가야, 정신 차려. 나도 너처럼 어리고 젊은 시절로부터 비롯된 중년의 위기.
래퍼, 스탠드업 코미디언, 작가, 가수, 댄서의 공연이 감동적으로 끝난 자리에 모조리 다 타고 남은 잿빛 이십 대가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엄마, 나 화장실. 셀 수 없이 다채로운 사람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줄을 서 있다 중학생의 손가락질에, 엄마, 저기,고개를 뒤로돌리자 두 볼이 새빨개진 채로 소년 친구 엄마가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여보세요, 미쓰라가 당신 남편이랑 닮은 거 알아요? 제 동생도 그렇게 말했어요. 아니, 이상형과 결혼을 하다니. 혹시 시간 있으시면 제 남편과 타블로를 한 번 비교해 보시겠어요?
깊은 밤, 난 너만 손뼉 치면 돼, baby, 난 너만 내 편이면 돼, 를 마음속으로 반복해 부르면서 잠을 설친다. 잠들면 어느덧 전생처럼 느껴지는 이십대로 되돌아가 날 지금 여기로 태워온 비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