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가 강세라길래 캐나다에 있는 동안 신용카드로 식당에서, 식료품점에서, 서점에서, 스키장에서, 코스트코에서, 스포츠용품점에서, 커피숍에서, 주류 판매점에서, 우리의 취향과 필요를 지불한 뒤 계산대를 등지자마자 은행앱을 열어 얼마가 결제되었는지를 곧바로 확인했다. 우리가 흥청망청거릴수록 캐나다 달러로 청구된 금액과 미국 달러로 지출한 금액의 차이가 커졌다. 오.
내 일상을 지배하는 화폐 단위가 원에서 캐나다 달러로 바뀐 탓에 언제 어디서나 가만히 이게 한국돈으로 얼마지, 를 계산해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언어 장벽이 돈 앞에선 무의미하다는 걸, 식료품점에서, 지하철역에서, 식당에서, 서점에서, 자라에서, 커피숍에서, 차이나타운에서, 즉시 배워, 상점 안을 배회하는 소비자일 때만큼은 조용히 주눅 들지 않는 자본주의 숫자로, 난 이 자리에 있을 만한가 스스로의 가치를 굳이 따져보지도 않았다.
쌀국숫집에서 캐나다 돈을 이렇게 냈는데 그게 미국돈으로는 이거야. 미국돈으로 생활해보지 않아서 그게여기 쌀국수가 비싸다는 말인지 싸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 우리 넷이 미국에서 쌀국숫집에 가면 보통 이만큼을 쓰는데 음료수는 안 시키고, 우리 열 명이 여기서 음료수까지 시켜 먹은 게 이 정도라고. 오.
국경에 차를 세우고 우리가 캐나다에서 무엇을 차에 싣고 돌아왔는지를 신고하면서, 국경 세관에게 캐나다 코스트코에 꼭 가보시라 떠들고 싶었으나, 역시 국경을 통과해 미국으로 매끄럽게들어오기직전까지는 여전히 긴장돼, 그가 언제 불현듯 보여달라 할지 모를 영수증을 손에 쥐고, 이게 미국돈으로 다 얼마지, 아, 벌써 전부 다 잊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