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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과 외동

by 준혜이 Jan 19. 2025

    중학생은 제 몸집만 한 배낭에 베개까지 매달고 걸스카웃 캠프를 떠났다. 헤어질 때 중학생한테 매달려 떨어지려 하지 않는 나를, 친구들 앞에서 왜 이래, 하면서 중학생이 슬쩍이라도 떠밀지 않아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오래 얘를 안고 서 있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 번은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감으로 아이를 지배하지 않을 어른이 되기에 적합한 크기 혹은 작기로.

    소년 홀로 온통 다 차지해 버린 집안은, 우리는, 더 시끄럽고 관대하다. 한 가정에 첫 번째로 태어나 어느 일정 기간 동안 엄마 아빠로부터 무한히 쏟아지는 비교 대상, 경쟁 상대 없는 유일한 사랑과 기대의 특권을 어디 누나 없는 이번 주말, 외동이 되어버린 소년에게 선사해 볼까.

    셋이 같이 나가 영화를 보고 전에 가본 적 없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아직 잘 시간이 아니야. 카톡. 중학생은 멀리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브라우니를 만드는 중이고. 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의 하루를 어떻게 채우고 비우는지를, 아, 나도 혼자 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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