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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메마른 눈동자에 인공 눈물을 떨어뜨리기 전 철저히 확인한다. 이 한 손바닥 안에 감춰질 정도로 작고 반투명한 용기에 담긴 것이 인공 눈물인지 순간접착제인지. 물론 이 두 가지 다른 액체를 보관하는 장소가 각각 화장실 선반과 부엌 서랍으로 서로 머나멀지만, 어느 밤 화장실에서 인공 눈물을 보고 이거 순간접착제랑 비슷하게 생겼네,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자라 떠올려보기만 해도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그 밤 부엌으로 당장 내려가 순간접착제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얘는 손으로 감싸 쥐면 그 초록색 뚜껑이 엄지 손가락 옆으로 튀어나올 만큼 키가 크다. 용기 정면에 고릴라가 그려진, 고릴라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있다. 결정적으로 이 순간접착제는 전에 쓰고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 액체에서 액체 괴물로 변했다. 그러므로 실수로라도 똑똑 눈동자마다 떨굴 순 없다고.
과연 이것은 인공 눈물인가. 거침없이 자연스러워도 될 만한 행동에 반복해서 불안한 마찰을 일으키는 질문. 유난히 두 눈이 건조한 밤마다 인공 눈물병을 코 앞에 갖다 대고 여기 고릴라 있어, 없어, 하면서 겁을 내는데. 아니,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순간접착제는 안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