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이발하지 않는다. 두 해 전 뉴저지 어느 한인 미장원에서 귀를 다 덮을 만큼 머리 길이를 줄인 것이 가장 최근의 두발 단속이다. 이제 곧 허리까지 내려올 듯한 까만 생머리 휘날리며 사소하게 거슬리는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소년에게 불만은 없다. 다만 아침마다 어제 쓰고 제 자리에 두지 않은 빗을 바쁘게 찾아다니는 그 꼴만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달까.
가끔 소년은 공중 화장실에 홀로 당당히 입장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축구장에서 긴 머리를 뒤로 하나로 묶은 소년이 내게 다가와 아빠 어디 갔어. 여자로 오해받을 수 있어 화장실에 아빠랑 같이 가야 한다면서. 우리 대화를 엿들은 소년의 친구 둘이 마치 경호원처럼 소년 양 옆에 붙어 소년을 친히 화장실로 모셔 간다. 어느덧 축구 경기는 시작되고 상대편 코치가 큰 소리로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막 외쳐대는 거지. 저 여자애를 막아!
타인과의 일시적이고 우연한 만남에서 우리는 겉모습만으로 서로에게 무슨 말을, 어떤 마음까지 기대할 수 있나,를 긴 머리 소년과 여기저기 함께 돌아다니면서 고민한다. 머리칼은 머리칼일 뿐이라고 말은 해도,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머리 길이는, 나를 처음 본 상대방에게 나와의 의사소통 방식을 즉시, 확신 속에 설정할 시각 정보이기도 해. 소년이여,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머리카락을 기르는가. 따뜻해. 긴 머리를 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축구할 때 여자애 막으란 소릴 들으면 순식간에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