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이면, "그러나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목 놓아 부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게 된다. 한 해가 서서히 끝나가는 무렵이기도 하고, 올해보다 새해가 더욱 가까운 달이기도 해, 마음 둘 곳이라곤 온통 시리고 모서리 진 검정. 연말을 앓는다. 이젠 어디가 집인지 알 수 없어 갈수록 짙어지는 향수병과 함께, 오늘은 내 생일이므로, 나이까지 하나 더 들어버리는 거야.
무언가 전혀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아니 그럴 때야말로, 나중에 간절해질 것을 미리 스스로에게 적당히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내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한 채로 그게 무리란 걸 모르고 무리해 그 끝이 좋지 않다. 달리는 거리를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번 30km 벽에 부딪혀 좀비 상태로 완주하는 걸 무슨 훈장처럼 여겨온 나의 끝은 그래서 반복되는 미숙, 만성적인 불만족. 그렇게 속절없이 세월은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What's next? 하고 스트라바 앱에다 동네 아저씨가 코멘트를 남겼다. 다음 달리기 대회는 아마도 내년 봄 풀마라톤이 되지 않을까, 대답하는 내게 아저씨는 100마일 울트라러닝을 준비하라 농담을 던진다.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이 세계 끝까지 달리고 싶다, 단 한 발자국도 달리고 싶지 않다. 마음대로 살고 싶다, 살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