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 어른에게 생일 파티란 무엇인가,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일 년에 단 하루일 뿐인데도 사라져 버린 행사,라고 대답하기엔 우린 생일마다 빠짐없이 공예품 같은 케이크 위를 일렁이는 수많은 촛불을 불어 끄며 불어나는 나이를 기념해 왔다. 하지만 남편이 이번 생일만큼은 기필코 자신도 아이들처럼 파티를 해야겠다며 우리를 (나, 딸, 아들) 초대했다. 이렇게 좀처럼 안 하던 짓에 열과 성을 다하면 애들한테 놀림이나 받을 텐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그에게 미리, 난 안가, 시험을 해보았다. 그 순간 날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서 우리가 거절이 불가능한 파티에 초대당했음을 곧바로 알아챌 수밖에.
우리는 애들 생일마다 친구 서너 명을 집으로 초대한 뒤, 한 차에 애들을 다 태워, 쇼핑몰로 모시고 가, 게임을 시키고 푸드 코트에서 밥을 먹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잔소리 없이, 불만 없이 애들 뒤를 밟으면서 우리 애가 친구들 사이에서 주로 무슨 얘길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 또는 감시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모처럼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모여 보내는 시간 한 구석에 우리는 그림자처럼 존재하며 결제를 했다. 그러니까 남편은 애들 생일마다 보호자로 그 곁을 서성이며 책임감 있는 아저씨에서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는 소년으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변신한 채로 서글펐던 것이다.
남편은 파티 날짜를 잡는데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저런 장난스러운 핑계를 대가며 아이들이 협조하지 않는 탓이다. 둘이 대놓고 남편을 번갈아 약 올려서 그렇다. 거실 소파에 앉아 그 광경을 구경하다 못해 애들한테 그냥 빨리 해치우자고 꽥꽥거려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다만 내게 되돌아오는 것은 엄마, 나 내일 벌써 피곤해서 아빠 생일 파티 안 가고 싶어, 하는 둘째의 귓속말. 곧이어 온 집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남편의 애타는 선언은, 내 생일 선물로 파티 끝나면 너네한테 선물을 사줄게! 그 길로 파티는 광란 속에 시작되었다.
자식이란 과연 무엇일까, 외계인? 아무려나, 아이들 동의 없이 먼저 불쑥 시작한 이 사랑과 인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스스로를 위한 재미도 놓치지 않는, 작작해라, 남편 생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