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꿈꾸는 남자

by 준혜이

토익책으로 공부하는 영어는 남자에게 그동안 잊고 지낸 고3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금 이십대 중반, 열 아홉 그 때와 달라진 건 자연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과 생활에 지친 얼굴 뿐인가 싶어, 남자는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습니다.

It was the summer that men first walked on the moon. I was very young back then, but I did not believe there would ever be a future. I wanted to live dangerously, to push myself as far as I could go, and then see what happened to me when I got there.

남자는 기분전환을 위해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원서를 샀습니다. 어렵게 영어소설을 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토익문제를 기계적으로 풀고 있는 자신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드니까요.

남자와 비슷한 처지의 이십대들이 모여있는 동네도서관 열람실. 오늘은 이상하게 책상 위에 읽는 사람없이 펼쳐진 책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없으니 책 읽을 맛이 나지 않아, 남자는 열람실 밖으로 나갑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 희미한 비명소리에 남자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매일 드나드는 동네 도서관이지만 남자는 지금 이 곳에 처음 온 사람처럼 어디로 가야할 지 난감합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도서관을 헤매고 있는 남자 앞에 나타난 커다란 문. 눈 앞의 커다란 문을 여는 순간, 그의 손에 들려있던 전자사전이툭하고 떨어집니다. 남자, 달의 궁전을 읽다 깜빡 잠이 든 모양입니다. 남자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쓱쓱 문질러 잠의 흔적을 지우고 얌전히 토익책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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