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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잊드라 Dec 19. 2024

덕질이란, 한 사람의 인생이 내 삶으로 들어오는 것

그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해


요즘 틈이 나면 정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 비운 것들은 다음과 같다.


먼지 쌓인 학위 논문과 각종 낱장 종이류, 영어공부했던 공책, 지나간 문제집과 책들, 손이 잘 안가는 바지 3개, 슬리퍼 2개, 티셔츠 1개, 잠옷 1개, 잘 안쓰던 액세서리 몇개, 부츠 1개,

그리고 지난 첫사랑의 앨범들.


공간을 마련하는 이유는 우리집에 큰 것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준호


덕질하는 것도 참 큰일이더라.

덕질이란..

한 사람의 일생이 내 삶으로 들어오는 것.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시를 처음 읽고 와_ 감명을 받았는데 덕질을 하면서 이 말을 절절히 깨닫는다.

이준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내 삶에 도착했다. 

그가 가져온 것들이 너무 거대해서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덕질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정말이지 덕질은 빛나는 우주와 같은 최애의 인생이 통째로 내 삶에 들어오는 것과 같다.

16년 쎄빠지게 일한 아이돌의 역사는 현생을 살면서 따라가기에는 벅차고 그가 남긴 수많은 음악과 무대와 콘서트, 예능과 드라마, 영화, 화보, 브이로그 등은 봐도봐도 끝이 없다.

준호의 2pm 앨범, 솔로 한국 앨범, 솔로 일본 앨범, 자작곡 리스트, 일본 솔로투어 세트리스트를 다운받아놓고 종종 보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새롭다.

이정도면 많이 봤지, 싶은데 유튜브 알고리즘은 종종 초면의 영상을 내게 추천해준다.  


덕질을 위한 각종 새로운 어플과 커뮤니티, 채팅창이 늘어났다.  

구독이나 팔로잉하는 채널도 늘었다.

휴대폰 앨범에 쌓이는 준호의 사진과 짤과 영상은 말할 것도 없다.

스마트폰창이 덩달아 부산스럽다.

휴대폰 용량이 가득차서 화면이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때론 오랜 내 역사와 과거를 아는 친구들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바로 덕메이다. (덕메=덕질메이트. 같은 대상을 덕질하는 사람들)

같은 마음으로 이준호에게 환호하는 사람들, 이준호의 매력과 그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100퍼센트 공감하는 사람들, 이준호의 새로운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전해주는 사람들, 콘서트 티켓팅을 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사람들, 나를 더 용기있게 해주는 사람들, 짠한 이준호 예비2기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사람들. 

(이준호 팬클럽 1기는 콘서트 티켓 선예매 자격이 있다. 아직 2기는 모집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에 모집한 1기와 언제 모집할지 기약없는 2기, 그 사이 슬픈 덕후들을 예비2기라고 한다.)

그녀들은 이준호와 닮아 사랑스럽고 성실하고 따뜻한데 웃기기까지 하다. 

이준호 하나만 내 삶에 들어온 것도 큰 일인데 이 새로운 인연들은 내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심적으로도 굉장히 큰 것이 내 삶에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몇가지 실물을 구입하면서 물리적인 것도 우리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영화관의 준호 포토카드가 들어왔고 (직장의 책상위에 올려놓음)

다시만나는날 콘서트 DVD가 들어왔다. (여기에는 각종 사진과 포토북이 포함되어 있음)

유명한 팬이 만든 USB 두개와 사진첩이 들어왔으며 11월에는 펭펭이 3종 세트가 바다를 건너 나에게 왔다. 

(펭펭이=이준호 캐릭터인 펭귄 인형을 비롯한 펭귄 모양 굿즈를 뜻한다.)

그가 광고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몇가지 물건을 구입했다. 

그리고 어제, 2025년 이준호 시즌그리팅이 도착했다.

(시즌그리팅=연말 연시에 연예인들이 판매하는 각종 굿즈세트 모음)



이준호 2025 시즌그리팅 최고




최소한으로만 구입하려 노력하겠지만 앞으로도 소소한 굿즈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비워야 한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심장 뽀사지게 귀엽고





아름다운 사람이

내 삶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는 말씀. 


그러므로



 나머지 것들을 정갈하게 비우고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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