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내 최애를 까는 댓글을 보았다.
(까다: 욕하다. 흉보다)
심장이 쿠웅 내려앉는다.
나를 욕하는 것 같다.
이렇게 다시 사랑을 확인한다.
내가 진정 이준호를 사랑하고 있구나.
덕질을 시작한 이후에 함부로 타 연예인을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그 사람도 누군가의 최애일 것이다.
그 누군가가 최애를 향한 비난 댓글을 보면 방금 내가 쿠웅 했던 것처럼 심장이 덜거덕 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 아닌가.
내 최애가 까이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함부로 남을 깔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에는 나도 농담 같은 연예인 까내리기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누구는 얼굴이 자기 취향이 아니고 누구는 연기가 어색하고 누구는 어깨가 좁고 누구는 과거 논란이 있어서 잊히지 않고 누구는 목소리가 도저히 용납이 안되고 누구는 노래가 안되고 누구는 춤이 어정쩡하고 누구는 신체 비율이 안 좋고 누구는 예쁜 척 잘생긴 척하는 게 아니꼽고.
익명이 보장된 공간에서 유명 연예인 흠집을 찾으며 까내리면 자신의 명예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도 뒷담화 하는 재미와 함께 안전까지 누릴 수 있다.
서로 비슷한 비난을 하는 사람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며 나름의 유희를 즐기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입덕 전에는 그런 글에 허허 맞아. 나도 얘 이런 점이 좀 별로였어. 공감하며 읽어내려갔었다.
그런데 진정 누군가를 사랑하고 나니 함부로 다른 이의 최애에게 비난의 화살을 쏠 수가 없어졌다.
우연히 읽는 팬들은 자신을 욕하는 것과 같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미화하자면, 덕질을 하며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배려를 더 섬세하게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내 최애가 나의 행복과 귀감이 되겠다고 약속했듯이
(콕 집어 너라고 한 적은 없으나 나도 덕후 중 one of them이므로 그가 나의 귀감이 되겠다고 한 것이 맞다.)
나도 그의 바람직한 팬이 될 것이다.
웃는 분위기에 "제 최애의 이름을 여기에 올리지 마세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 내 개인 공간에 쓴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해 본 적이 있다면 내 최애를 욕하지 마세요.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차마 맞받아 욕하지는 못하고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결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4.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