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기 2탄
예전에 미생이란 드라마에서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할 때 꽌시가 매우 중요하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때 앞뒤 문맥상의 내용을 보면 꽌시가 무슨 뒷돈 , undertable money 등의 의미로 쓰여서 난 중국에서는 꽌시=뒷돈으로 생각하여 중국은 한국보다 더 더럽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중국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꽌시라는게 그런 게 아니고 "사람과의 관계 형성" 딱 이거였다. 그리고 그 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꼭 그런 뒷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도 그런 것 따위 필요 없었다.
약 2년 반 동안의 짧았던 내 중국 비즈니스 중에서 난 두 명의 중국인과 꽌시를 만들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Evan과 Sam이다. 그들은 당연히 중국 이름이 있지만 한 번도 중국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기에 그냥 영어 이름으로 적어나가겠다.
Evan을 처음 만났던 건 2014년 여름. 그 당시 싱가포르 캐피탈랜드에서 중국에 Social Wall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중국은 관세의 영향으로 꼭 현지의 하드웨어 파트너를 써야 했다. 리서치를 하던 중에 찾아낸 회사 중에 하나가 바로 Betvis라는 Digital Signage 업체였다. 그 당시 한국에서 상해에 있는 하드웨어 업체 2곳을 최종 후보로 정했고, 싱가포르 팀에서도 1 곳을 추천해줬다. 총 3 곳을 싱가포르 니암 이사와 함께 상해를 방문해서 리서치를 했다.
니암이 추천한 업체는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고, 상해에 지사가 있는 나름 규모가 있는 업체였다. 그 업체는 우리와 일을 하기 위해 요구하지도 않은 접대를 했다. 난 그들에게 분명히 말한 것은 이런 접대를 통해서 비즈니스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퀄리티를 보고 선정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그들도 알겠다고 했고, 니암도 옆에서 당연하지 라고 했다. 그리고 Betvis를 방문했다. Evan은 Betvis의 CEO다. 젊은 나이(82년생)에 창업을 했고 영어도 잘하고 열정이 넘쳤다. 사무실 옆에 공장도 보여주며 자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Evan는 접대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았고, 오로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었다. 비교를 할 것도 없었다. 난 바로 니암 이사에게 무조건 Betvis랑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니암 이사는 그래도 다른 경쟁업체가 우리랑 일하겠다고 싱가포르에서 날아와서 접대까지 했는데, 어찌 그들을 버릴 수 있냐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래서 뭔가 얻어먹으면 마음 약해지고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가짐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난 완고했고, 내가 해왔던 비즈니스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 한두 번의 술자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만들어놓은 신뢰 그것이 제일 중요했다. Evan은 첫인상부터 내게 신뢰를 줬고, 이 친구라면 중국에서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Evan과 상하이 미디어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고, 청두에까지 함께 갔다. 청두 설치 전 리서치 차원에서 우리 둘이 함께 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밥을 먹고 술은 한두 잔밖에 안 하고 밤새 비즈니스 얘기를 했다. 서로 열정이 많고 이 쪽 분야에 대한 insight가 있다 보니 정말 시간 가는지 모르고 대화를 나눈 것 같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Evan과는 여전히 관계가 좋고, 신뢰는 더 쌓였으며 함께 발전했다. Evan은 중국 No.1 Digital Signage업체였던 Seeyoo와 합병을 했고, 많은 국내외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급속도로 성장했다. 우리 역시 중국에서 명실상부 최고의 회사들하고 일을 하며 빠르게 성장 중에 있다. Evan과는 서로가 서로를 이제 best friend라고 부른다. 더 이상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가 아니다. 이 친구는 이제 내가 비즈니스를 하지 않더라도 가서 가끔씩 보고 싶고 같이 저녁을 먹고 싶은 정말 나의 유일한 중국인 친구가 됐다. Betvis는 2017년 우리와 공식적인 MOU를 맺고, 중국 비즈니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Betvis는 한국의 elTOV란 회사를 신뢰하며, 우리 역시 Betvis를 신뢰한다. 정치적인 싸드 따위는 신뢰 앞에서 하등의 영향도 못 미친다. 내가 Evan과 맺은 꽌시는 이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열정만으로 쌓아 올렸다. 그리고 퍼포먼스로 그것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국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관계는 신뢰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꽌시란 단어에 얽매이지 말자. 진심은 언제 어디서건 통한다.
글을 쓰다 보니 Sam얘기는 하나도 못해서 이번 글은 1부 2부로 나눠서 작성을 해야겠다. 1부는 Evan. 2부는 S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