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기 3탄
"사람 일이란 건 아무도 모른다."라는 얘기는 정말 비즈니스 하면서 여러 번 느꼈다. 내가 Virtual World 일을 하다가 디지털 사이니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도 정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내 싱가포르 클라이언트였던 Muar가 우리 회사에 조인한 것도, 내 파트너였던 Ngiam이 우리 회사의 이사가 된 것도. 내 멘토였던 사람이 현재 내 친척과 같은 팀에서 근무하게 된 것도. 이래서 사람은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하나보다. ㅎ
중국에서도 Evan에 이어 꼭 한 명 더 소개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내 고객 중에 한 명인 Sam이다.
캐피탈랜드를 통해 강제로 중국에 진출하게 된 2014년에 캐피탈랜드 상해 오피스에서 Sam을 처음 만났다. 키도 크고 남자답게 잘생겼고, 패션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은 매력적인 친구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상상력이 매우 풍부했다. 자사의 Social Wall을 Character Wall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도 다 이 친구의 아이디어다.
가끔 우리가 기획을 전부 제안할 때도 있지만, 고객의 좋은 아이디어로 더 좋은 기획이 나오고 예상치 못한 솔루션이 나올 때도 생각보다 종종 있다.
그런 고객들은 만날 때마다 즐겁다. 항상 신선한 자극을 주고 inspiring 시켜주니깐. 그런데 그중에서도 한국, 싱가포르, 중국 모든 클라이언트를 합쳐도 Sam은 그중에 단연 으뜸이다. 그만큼 평소에 공부도 많이 하고 호기심이 엄청 많은 사람이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공상하기가 취미였을 만큼 생뚱맞은 상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Sam 하고 첫 만남부터 잘 맞았던 것 같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즐거웠고, Sam도 어느 정도 그랬으리라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후로 딱 반년 후인 2015년 4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Sam은 내게 별로 길게도 얘기 안 하고 딱 한마디만 했다.
"Hello Junho, I`d like to talk with you in Shanghai for new project in this week. Can?"
(싱가포리안들과 중국에서 영어를 쓰는 친구들은 Can을 마지막에 잘 쓴다.)
나도 한마디 해줬다. "Why not. I`ll be there on this Thursday." (전화한 날이 화요일로 기억한다.)
Sam도 대책 없었지만, 나도 대책 없이 ok 했다. 뭐랄까.. 가끔 일을 하다 보면 감이란 게 있고, 그 감은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 진다. 이때가 바로 그 감이 매우 센스티브하게 발동했을 때였다. 그렇게 난 상해로 날아갔고, Sam을 만났다. Sam은 아직도 그때의 캐피탈랜드 상해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Sam이 나를 사무실로 들이지 않고 옆 백화점 커피숍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Sam이 왔고 Sam은 내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Sam은 그달부로 캐피탈랜드를 그만두고 다음 달부터 새로운 직장인 Hopson의 부사장으로 가기로 결정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캐피탈랜드 사무실이 아닌 밖에서 본거였다. Sam은 이번에 상해에 가장 크고 Futuristic 한 미래지향적인 백화점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보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하고 들어가듯이, 백화점도 하나의 오프라인 인터넷으로 개념을 정리해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로그인하듯이 들어와서 쇼핑을 하고 즐기고, 나갈 때는 로그아웃 하는 형태로 나가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O2O Shopping mall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게 얘기했다. 나 역시 너무 흥분돼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줬다. 너무 좋고, 이런 건 플랫폼 베이스로 가야 한다. 그리고 랜드마크가 들어와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이라 공개는 못하지만, 몇 가지의 구상과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샘에게 던졌다. 우리 둘의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Sam이 다음 달에 홉슨으로 이직하자마자 제안서와 견적서를 보냈고 Hopson Tree라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이 됐다. Hopson Tree는 해야 할 얘기들이 많아서 따로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Sam에 대해 마지막으로 얘기하자면, Evan과 같은 친구 같은 느낌도 조금 있지만 그 보다는 뭔가 조금 낯간지럽게 얘기하면 함께 꿈을 꾸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이뤄 나가는 동업자.
꿈은 혼자서 꾸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꾸는 것이 그 꿈을 이룰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