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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Aug 16. 2018

내가 홍콩에 가는 이유

홍콩 진출기 1탄

2017년 4분기 즈음, 싱가포르 법인장님의 강한 요청으로 싱가포르에 발령을 나가는 것을 고민해봤다. 그 당시 아내도 회사 일에 지쳐있었고, 나도 개인적으로 외국에 언젠가는 나가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민을 했었다. 그 당시 아내는 내가 싱가포르에 간다면, 본인도 일을 접고 싱가포르에 따라오겠다고 했다. 교육 일을 하고 있는 아내는 싱가포르에서 충분히 잡을 구할 수 있다고 내게 말하면서 용기를 심어줬다. 다만, 그 당시 내가 국내와 중국 쪽에 맡고 있는 일이 많아 대표님은 2018년 말이나 2019년 초에 보내주시겠다고 구두로 약속을 하셨다. 그리고 다시 내 일에 집중하고 있던 2018년 5월 초 느닷없는 뜬금포가 터졌다. 아내가 승진을 한 것이다.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2가지 옵션이 있었다. 첫 번째는 아내 회사인 EF 한국 지사의 세일즈 총괄 디렉터. 뭐 지사장 다음 가는 직책이기에 매우 좋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옵션이 매우 흥미로웠다. 바로 EF 아시아 본사 홍콩의 세일즈 매니저. 홍콩에서 아시아 나라들의 세일즈를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즉 홍콩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내는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면서 국내 세일즈 디렉터 해도 된다고 내게 얘기했다. 난 옵션 두 개를 듣자마자 주저 없이 대답해줬다. 무조건 홍콩 가라. 그게 당신 커리어에 무조건 좋다. 망설이지 마 오재경. 당신도 날 따라 싱가포르에 온다고 했듯이 나 역시 갈 수 있다. 그리고 난 결혼 전에도 얘기했지만 절대 기러기 아빠 하기 싫다. 가서 맥도널드 알바를 하더라도 따라간다. 그렇게 결정은 매우 쉽게 했다.. 정말 망설임 없이 매우 쉬웠다. 그런데 막상 결정은 쉬웠지만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참 쉽지가 않았다. 아내는 높은 연봉으로 홍콩을 가게 되었지만 홍콩 물가... 특히 집세와 교육비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 내가 일을 안 하면 정말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내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첫 번째는 현 회사에서 싱가포르 비즈니스를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점유율 1위 업체로 이끈 경력과 경험으로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홍콩 지사 설립을 제안하는 것. 하지만 무슨 염치로 두 나라를 운영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중소기업에 또 하나의 지사를 세워달라고 할까.. 그래서 생각한 두 번째가 홍콩에 요즘 IT 스타트업들이 많이 세워진다고 하니, 새로운 일을 해보자! 그래서 난 다양한 경험을 좋아하잖아! 그러면서 linkedin을 오랜만에 들낙날락 하면서 보기 시작했다. 근데 참 보면서 답답했던 게 기본적으로 영어/중국어 둘 다 기본으로 돼야 한다는 조건이 매우 많았다. 아니 거진 다였다.. 홍콩은 비즈니스 영어로만 한다면서 무슨 중국어를 이렇게 많이들 보니.. 그러면서 또 한 번의 실망. 어쨌든, 두고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대표님께 홍콩에 가게 돼서 그만둬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근데 뭔가 말하면서 창업 멤버로서 지금까지 우리 회사에서 너무 많은 추억들이 있다 보니 약간 감정적으로 울컥했다. 대표님은 내 얘기를 들으시면서 많이 당황스럽고 지금 어찌 할바를 솔직히 모르겠지만 준호씨가 그렇게 정한 건 당연한 거고 잘한 거야. 가족이 첫째지. 우리 일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같이 생각해보자고. 그러시면서 그날 축하한다면서 저녁을 거하게 사주셨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대표님은 내게 준호씨가 우리 회사에서 쌓은 공적과 미래를 그리면서 준호 씨가 없는 그림을 한 번도 그린적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같이 가겠다. 준호씨가 홍콩에서 새로운 홍콩 비즈니스와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까지도 함께 커버해주는 역할을 맡아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난 홍콩에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장인어른 장모님까지 총 6명이서 홍콩에 와서 금토일월화수 까지 홍콩 이주를 돕다가 오늘 밤 한국으로 나만 돌아간다. 난 회사에 아직 처리할 일이 많이 남아한 두 달간 홍콩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한국에 적을 두고 일을 하다가 10월 말에 홍콩으로 완전 이주할 예정이다. 사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이 내가 혼자 잘나서 된 건 정말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님이 하시지 않고서는 내가 지금 여기 홍콩 공항 라운지에서 이 글을 쓰고 있을 수가 없다. 이제 이런 얘기들을 하나하나 여기 브런치에 올리고 싶다. 한국, 싱가포르, 중국 그리고 이젠 홍콩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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