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진출기 11탄
오늘은 Evan과 Sam에 이어 내가 만난 사람들 3부 Patrick에 관해 써보려고 한다.
2018년 7월. 홍콩으로의 이주를 결정하고 집을 알아볼 겸 비즈니스 기회도 엿볼 겸 아내와 둘이 홍콩을 방문했다. 아내는 잠깐 홍콩 오피스에 미팅을 하러 갔고, 나도 싱가포르 파트너를 통해 로컬 파트너를 소개받기로 했다. 사실 싱가포르 파트너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홍콩 쪽도 전혀 기대를 안 하고 가볍게 네트워킹 하는 셈 치고 미팅을 하러 갔다. 그리고 만난 사람이 바로 Patrick Cheung이다. 첫인상이 굉장히 특이했다. 패트릭만의 독특한 패션과 엄청 큰 목소리 그리고 나처럼 특이한 웃음소리 등. 절대 평범하지는 않았다. 일단 큰 기대 없이 회사 소개를 해줬다. 회사 소개를 다 마치자 패트릭은 엄청 크게 웃으면서 원더풀을 수십 번이나 해줬다. 본인 회사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다면서, 만나서 너무 반갑다고 했다. 나도 고맙다고 했고, 한 시간 정도 미팅을 한 후 개인 스케줄이 있어서 나가 봐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그냥 잘 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패트릭은 홍콩 처음일 텐데 본인 차로 같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처음엔 뭐지?? 이건 너무 과한 친절 아닌가.. 본인 업무시간에 내 개인 업무를 도와주러 따라와 준다고?? 난 정중하게 사양을 했다. 하지만 패트릭은 홍콩에서 잘 모르는 곳을 혼자 가기 힘들 거라고, 준호 니가 가는 쪽은 우버도 잘 안 잡힌다고 조금 겁을 줬다 ㅎ. (순진하게 속아 넘어갔지만..) 그래서 어어.. 그럼 같이 가주면 너무 고맙지라고 하면서 정말 얼떨결에 같이 우리 아이(한이)가 갈 학교까지 같이 가게 됐다. 중간에 내 아내까지 픽업했다. 아내는 내게 "뭐야? 처음 보는 사람을 무작정 따라오면 어째? 게이 아니야?" 등 걱정을 했고, 나 역시 그런가 하면서 은근 걱정했다. 하지만 패트릭은 정말 성심성의껏 우릴 안내했고, 맛있는 저녁까지 대접했다. 학교 탐방을 마치고 부동산 업체랑 집을 보러 갈 때도 패트릭은 따라왔다. 홍콩의 배산임수를 잘 파악해야 좋은 집을 고를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하루 종일 동행을 했고, 마지막에 호텔까지 바래다주었다. 패트릭과의 첫 만남이 너무나 강렬했고, 너무나 고마웠고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난 패트릭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니 유일한 홍콩 친구다. 그리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굉장히 훌륭한 파트너다. 패트릭과 나는 지향하는 바도 비슷하고, 새로운 일에 거부감이 없고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함께 점심도 먹으며, 끝없는 비즈니스 얘기를 한다. 여태껏 만났던 한국 사람들, 외국인들보다 가장 말이 잘 통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난 패트릭에게 많은 보이지 않는 빚을 졌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겠지만.. 패트릭은 본인의 사무실에 방을 따로 주면서 무기한적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우리 엘토브 비즈니스를 발품을 팔면서 고객과 연결해주고 있다. 비록 파트너로 수익은 쉐어를 하지만 본인이 확신이 없이 이렇게 해주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날 본인이 차가 2댄데 1대 그냥 빌려줄게 그래서 얼마에? 물었더니 "Of course free!" 그렇게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패트릭 차를 보험료와 기름값만 지불하며 사용 중이다. 그렇다고 패트릭과 오피셜 한 계약문서나 파트너십 어그리먼트를 체결한 것도 아니다. 그냥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파트너다. 하지만 패트릭이 아무한테나 이러는 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본인이 더 큰 이득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서도 같이 한 파트너를 믿을 수 없다고 박차 버리고 나오는 것을 봤다. 패트릭은 그런 친구다. 모든 홍콩인들의 성향이 절대 이렇진 않다. 모든 한국인들이 각각 다르듯이. 홍콩인들에 대한 섣부른 오해는 없으시길..
2020년 마지막 워킹데이인 12월 30일 점심에 패트릭과 점심을 먹으며 2021년을 얘기했다. 2021년 새해에는 신뢰를 기반으로 둔 우리의 노력에 결실을 맺는 한 해로 만들어보자고. 그리고 상상을 해봤다. 내가 이 브런치에서 언급한 사람들은 지금도 아주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본인들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Evan은 여전히 상해에서 키오스크와 미디어 광고사업을 잘하고 있고, Sam은 상해 대형 쇼핑몰의 헤드로 연일 미디어에 주목받는 사람이 됐다. 이 사람들을 나중에 연결해서 시진핑이 실리콘벨리보다 더 크고 가치 있는 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했던 Greater Bay Area에 진출해서 내가 꿈꿨던 새로운 콘셉트의 쇼핑몰 Play Mall을 만들어, 사람(1)-Evan 이 모든 하드웨어를 서포트해주고, 사람(2)-Sam 이 쇼핑몰을 오퍼레이션 해주고, 사람(3)-Patrick 이 Creative Director로 마케팅까지 맡아주고 내가 소프트웨어와 기획을 해준다면, 너무 익사이팅한 스토리가 쓰여지겠는데. 라며 또 몇 단계 앞선 꿈을 꿔버렸다.
마지막으로, 패트릭에게 왜 나한테 그렇게 잘해줘?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수시로 내게 비슷한 말을 했다. 본인도 비즈니스를 오래 했지만 처음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지속적으로 본인을 Inspiring 해주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그런데 그건 내가 패트릭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패트릭에게 너의 성공의 기준은 뭐냐고 물어봤다. 패트릭은 "나는 회사를 두 번 엑싯도 경험해봤고 엄청 부자는 아니더라도 돈이 목표가 아닌지는 오래됐다. 다만, 나는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지금 나의 성공의 기준이다. 그리고 내 나이를 생각했을 때 이제 나는 마지막 화살을 쏴야 할 때다." 그리고 나도 웃으며 대답해줬다.
It`s same as mine. Let`s make it happen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