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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d Enabler Mar 13. 2022

16. 가자! 새로운 세계로.

주말에 리움 미술관에 다녀왔다.


미술관은 나에게 생소한데, 예전에는 뭘 봐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란 것도 없었기도 했다.

애가 태어난 후로는 더더욱 거리가 먼 곳이기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지루해하는 아이와 미술작품 구경은 참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작년부턴가 아이가 읽은 책 중에는 그림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 이야기 책이 종종 있었고, 화가를 다룬 책을 읽거나, 아이 입에서 화가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올해 1월에 아이는 '김수근' 건축가의 책을 읽고, '엄마, 저 여기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곳은 서울 북촌에 있는 옛 김수근 건축 사무소였다.


아이는 '여기가 겉에서 보면 4층인데, 안에는 8층이고, 사람 손을 뻗으면 천장이 닿으면서 가장 편안하게 지었대요'라며 기대감을 내뿜는 말을 했다.

 '그.. 으래?' 웬 갑자기 건축물...이지? 그러나 어떠한가 무엇을 보고 싶고, 궁금하면 해봐야 하고 가봐야 한다.


우리는 날을 정해서 지난달에 북촌을 방문했고, 간 김에

현대 미술관도 예약을 했다. 아이는 현대 미술관을 가는 것이 몹시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미술관은 세련되고, 깔끔했으며, 공간이 주는 멋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이도 그런 분위기를 느낀 듯했다.


그렇게 현대 미술관 첫 문턱의 예술성을 느끼며,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몇 가지들은 아이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듯했다. 한 곳에 머물러 살펴보기도 하고, 글을 읽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관람했던 주제들은 책에서 봤던 그림들이 아니라 현대 미술... 사실 나도 미술을 잘 모르기에... 설치 미술, 조각, 사진, 디지털 미디어 아트 등이었는데, 오염되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반영하는 주제였기 때문에 밝고 상쾌하기보단 심각하고 어두웠다.


 '더 이상 무서워서 못 보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미술관을 나왔다. 이어서 찾아간 옛 김수근 건축 사무소 또한 10살 아이의 상상과 다르게 뭐랄까... 아이는 많이 실망한 눈치였다. 건축물 자체가 품고 있던 예술성은 우리와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


 '가기 전에 어떤 걸 기대했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르네요.' 그 길로 우리의 첫 미술관 투어를 마무리했다.

돌아오면서 10살 아이에게 너무 버거운 예술의 세계를 보여줬는지, 살짝 생각에 잠겨 있던 차에 아이는

'전 이제 확실히 알았어요,
나는 저렇게 어두운 것 말고, 밝은 게 좋아요!
다음에는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요!'
라며 그래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예술에 대한 거부감을 품는 대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나고 싶어 했다.

그 후 우리는 2번째 미술관 투어로 리움을 갔다.

이번에는 키즈랩 참여를 하러 간 것이었지만, 아이는 다시 미술관에 구경하러 온 설렘으로 무척 즐거워했다.




아이의 기대감을 며, 아이가 느끼는 흥미와 즐거움이 무엇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이라는 곳이 주는 느낌과 뜀박질하고, 익살맞고, 가끔은 못 말리는 10살 남자아이와의 이질감 속에서 나는 '참 희한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이는 책에서 그림과 건축물을 만나 상상했고, 그것을 현실에서 확인하고 있었다. 상상과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자연히 만난 또 다른 '알게 됨'이 아이에겐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개방성과 새로움의 기회로 다가온 듯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자신의 생각을 개선해나가는 아이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그동안의 생각과 경험이 쌓인 결과물이라는 것을 말해주자.

- '틀 밖에서 놀게 하라' 중에서, 김경희 지음/포르체


아이의 새로운 탐색 덕분에 나 역시, 무지했던 세계로 발을 딛고 있다. 몰랐던 세계로의 경험은 비단, 아이에 그치지 않고 나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10년생보다 훌쩍 30년 넘게 살아오고 있지만, 나 역시 생소한 경험을 하며 무엇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나 자신을, 아이의 손을 잡고 그렇게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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