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d Enabler Mar 06. 2022

15. 책장을 정리하며 든 생각

오늘은 3학년을 맞이하여, 아이의 책들을 정리를 했다.


한동안 굉장히 잘 봤던 책들과 이별을 하며, 10살 형아 서적으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시간이었다.


사실 그 일은 매우 필요한 일이었는데, 마침 새로운 지점의 중고 서점을 방문하고는 탐색의 기쁨과 지름신의 방문을 저지할 수 없었고, 그에 집으로 함께 온 식구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활동이었다.


모든 물건이 그렇지만, 특히나 책은 아이에게 꼭 의사를 묻고 정리를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애정 하는 책이 있고, 그 시점에서 유난히 잘 보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지만, 우리 아이는 특히나 재미가 있으면 몇십 번을 반복해서 보기도 다.

볼 때마다 '깔깔 깔깔'하는 것이 대체 벌써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데 여전히 저렇게 깔깔거릴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떠나보낼 책들은 아이가 참 잘 보았었는데,

'이제 이 책들 떠나보내도 될까?' 했더니 '그래! 잘 보았어!' 하면서도, 꺼내 있는 책들 중 한 권을 들며 '오! 이 책 되게 재밌었는데!' 하며 그 자리에서 다시 읽었다.


아쉬운 기색의 아이를 보며, '이 책들 바로 안 걸 거야, 한 1주는 머물러 있을 수 있으니, 그 사이 동안 아쉬운 애들은 다시 한번 볼 수 있어'라고 유예기간을 주었다.


이제 떠나보낼 책 들


아이의 습관 중 좋게 잘 들었다 싶은 것이 '독서습관'인데, 아이는 보통 1년에 1000권 정도를 읽는다.


 1000권이지만, 사실 아이 책이라는 것이 얇고 그림이 많고, 글이 적은 것들이 다수이기도 하거니와 반복 읽기도 포함한 것이다.  물론 걔 중에는 제법 두꺼운 책도 슬슬 늘어나고 있지만, 어른 책 두께와 깊이에 비교할 바는 아니잖는가.


그러다 보니, 책을 가끔씩 변경해줘야 하는데 점점 크면서 전집보다는 단편집을 읽게 되니, 대체 어떤 것을 사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도 변경의 시점이 점점 미뤄지고 있었다.


이제는 그림책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좀 더 스토리가 긴 이야기들로 책장을 정리했고, 그러면서 그동안 잘 읽고 있던 책들도 다시 재 배치했다.


주기적으로 책장 회전을 해 주는 것도 좋다. 말 그대로 배치를 전부 다시 해주는 것이다. 그럼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집 책장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

- 우리 아이 진짜 독서 중에서, 오현선 지음, 이비락


새로 분류된 책


그리고 새로 우연찮게 너무도 저렴한 가격으로, 평소에 눈여겨보던 시리즈 책을 들이게 됐다. 이전에 중고 서점에서 3권 정도 구매를 했었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재밌게 읽고 있어서 2분 망설임 끝에 전집을 구매를 했다.


구매한 책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칸을 비워 아이에게 '이제 네가 정리하고 싶으대로 정리해봐라' 했더니, 제목들을 읽어가며 '엄마! 이 제목 너무 웃기지 않아요?'라고 조잘조잘 대며 행복하게 책장을 정리했다.

뿌듯한 중고


아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책 읽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매일마다 부모는 목이 쉬어라 돌아가며 책을 읽어주었다.

그것이 아이에겐 재밌는 놀이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며 저리 읽을까 싶기도 하고, 초반에는 '저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긴 한 건가'라는 의문도 들었었다.

그렇다고 '읽은 것을 독후감 써봐라, 기록해봐라' 하고 싶진 않았고, 나름의 고민과 연구로 아이가 이해하고 있는 수준을 파악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어떤 것을 읽으면 좋아하겠구나 혹은 어떤 것에 좀 더 관심이 있구나 역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또 매번 살 수 없는 부족한 도서량을 채우느라, 1-2주마다 1번씩 도서관에 가서 14권을 책을 빌린 지 3년째인데, '아! 정말 아이들 책이 이렇게나 다니... 이렇게 좋다니...' 하면서 아이들의 도서에 놀라곤 했다. 


그런 과정 속에 독서활동이 축적되면서, 다  펼쳐낼 수 없지만 형태와 세계가 점점 확장되고, 나와 아이의 독서법, 선택법, 생각법들은 많은 진화를 이루었다. 




책을 통한 아이의 사유력을 말하기에 앞서, 돌아보면, 그 책 읽기 덕분에 어른인 나 역시, 좀 더 읽는 방식에 체계를 더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게서 시작된 씨앗이 스승님을 거쳐 더 큰 열매가 되어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온 것이 아닐까...


특히나 요즘은 아이의 의미 있는 독서를 위해 함께 읽었던, 아이의 책들이 나에게 다른 의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초등학생 책임에도 어른 책 못지않는 질문과 지식의 깊이를 던지고 있는 책들을 발견하며 즐거워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오늘 이렇게 책장을 정리하면서 지난번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나 다시 꺼내 들었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아이들도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자라면서 꾸준히 읽어온 책들이 아이의 내면에 자리하여 아이만의 견해와 생각, 세상을 보는 시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살아간다.
그 과정은 지난하지만 소중하다.

- 우리 아이 진짜 독서 중에서, 오현선 지음, 이비락


책장을 정리하고 나니, 벌써 오전이 훅 가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책 고민을 들 할 것 같아, 곳간에 곡식이 차여있는 것 마냥 마음이 뿌듯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