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내가면 외내골가든
젓국갈비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강화도 지역에서 유래된 음식인데 그 유래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고려 무신정권 시절, 집권세력은 침략한 몽골군에 항쟁한다는 명분을 삼아 강화도로 천도를 단행합니다. 당시 현지인들은 왕과 집권세력에게 먹을 것을 진상하게 되었는데, 갖은 채소에 고기와 새우젓을 넣고 끓여 진상한 음식이 바로 젓국갈비라는 음식입니다. 이후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최근에 들어서 강화읍의 한 식당에서 복원을 하였고, 현재는 그 레시피를 공개하여 강화도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문득 임진왜란 당시 선조 임금과 도루묵이 떠오릅니다. '묵어'라는 생선을 피난길에 처음 맛본 선조 임금은 그 빼어난 맛에 '은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한 왕은 전쟁이 끝나고 궁에 돌아와 은어를 진상케하여 다시 먹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에 먹었던것과는 달리 맛이 형편없자 왕은 도로 '묵어'라 불러라 하였다하여 '도루묵'이 되었다는 얘기, 젓국갈비 역시 도루묵과 비슷한 처지의 음식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피난 오다시피 쫏겨온 왕에게 마땅히 내놓은 게 없던 백성들은 궁여지책으로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에 고기를 넣은 고깃국을 진상하였을 것이고, 왕 역시 풍전등화 같은 나라의 운명앞에 음식 맛을 탓할 상황이 못되었을 겁니다.
이후 고려 정권은 38년간 강화천도를 끝내고 다시 개경으로 수도를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젓국갈비라는 음식이 궁궐에 진상했다는 기록이나 문헌등에 남아 있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명맥 또한 끊긴걸 보면 아무래도 왕이나 당시 집권세력들 입맛에는 별로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궁궐에서 산해진미만 먹었을테니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그래도 현재 강화도 식당들에서 내 놓는 젓국갈비를 먹어보면 궁중음식의 특징과 비슷합니다. 옛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음식들은 맛보다는 영양을 우선적으로 중시했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소화가 잘되며 위에 부담 주지 않은 식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말간 국물에 갖은 야채와 두부, 그리고 핏물을 뺀 돼지갈비를 넣어 한소끔 끓인 후 새우젓으로 간을 해가며 먹는 젓국갈비 역시 여느 궁중음식처럼 자극적이지 않아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거기에 고소한 두부가 들어가고 밑간은 새우젓으로 하였으니 소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야채와 고기에서 우러난 육수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 시원하고 담백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맹숭한 맛일 수 있으나 고기와 야채, 그리고 두부를 곁들여 먹다 보면 보양식 한 그릇 먹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강화 곳곳에서 젓국갈비를 하는 집이 많아졌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어느 집이 맛있게 끓이냐고 굳이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향토음식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강화군에서 제공한 기본 레시피에 맞춰 대부분의 식당에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쓰이는 재료나 육수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쓰이는 갈비의 상태나 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물 맛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는 곳이라면 어느 집이든 괜찮을 겁니다.
지리적 여건상 나라의 굴곡진 역사들을 모두 겪어낸 강화도에는 볼 것뿐만 아니라 젓국갈비를 비롯한 밴댕이, 순무, 새우젓 등 전국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먹거리들이 풍부합니다.
젓국갈비는 강화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입니다. 한 번쯤 어떤 맛인지 직접 맛보시기 권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역사적 사연을 담고 있는 음식이니 그 가치를 생각하며 먹는 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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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읍내를 비롯해서 강화도에는 젓국갈비를 주 메뉴로 상에 올리는 식당들이 많다. 그 가운데 내가면에 있는 외내골 가든(032.932.2488)은 강화 향토음식 대전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정성 들여 젓국갈비를 내놓는다. 특히 두부를 비롯한 식재료를 직접 만들거나 길러서 사용한다. 또한 천연조미료만 사용하여 맛을 내기 때문에 주메뉴인 젓국갈비 역시 담백하며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