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진구 아차산
느리게 걷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많은 사물을 보기도 합니다. 걷는 만큼 생각이 이어지다가 보이는 풍경에 잠시 생각은 멈춰 서고 멈춰 선 마음 안으로 풍경이 들어옵니다. 풍경과 한참을 이야기하다 다시 발걸음을 떼면 멈춰 있던 생각이 다시 이어집니다. 이렇듯 느리게 걷다 보면 나 자신과 그리고 지나치는 사물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나누게 됩니다. 이것이 느리게 걷는 묘미입니다.
아차산에 오릅니다. 느리게 걷기 좋은 산입니다. 아차산은 서울의 동쪽 끝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야트막한 산입니다. 마치 일부러 축조한 산성처럼 서울 동쪽을 방어하는 자연 산성 역할을 해 온 곳이 아차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낮은 산이라고 해서 얕볼 수 없는 산입니다. 아래에서 보기에는 그저 야트막한 산이지만 막상 올라가 보면 골짜기가 깊고 숲이 무성하여 산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예로부터 서울을 방어하던 전략적 요충지로서 고구려 시대에 축조되었다는 아차산성과 많은 보루가 지금도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아차산에는 온달장군과 관련된 전설 등 많은 전설이 내려 오고 있습니다. 그중 아차산이란 지명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전설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 조 때 점을 잘 치는 것으로 유명한 홍 계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왕이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 쥐가 들어 있는 궤짝으로 능력을 시험하였는데, 그가 숫자를 맞히지 못하자 사형을 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후에 암쥐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가 들어 있어서 왕은 '아차'하고 사형 중지를 명하였으나 이미 사형집행은 이뤄져 홍계관은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사형이 집행된 곳을 일러 아차산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두산백과사전 발췌)
홍계관과 관련된 전설은 여럿입니다. 연산군이 죽였다라고도 하고, 명종이 그랬다라고도 합니다.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전설은 전설이니까요. 어쨌거나 조선시대에 홍 계관이라는 맹인 점쟁이가 있었고, 그는 아둔한 왕의 말 한마디에 죽임을 당했다는 점입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취급했던 제왕적 시대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까요? 무튼 그 이후로 홍계관이 죽임을 당한 이곳을 아차산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사실 이곳을 아차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이전이었다고 합니다. 삼국사기에 이미 아차(阿且)라고 나타나 있고, 고려사에도 아차(峨嵯)라고 적혀있다고 합니다. 홍계관과의 전설은 후대에 누군가 아차라는 지명에 홍계관의 사연을 엮어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서울 주변으로는 북한산성 남한산성 행주산성 한양도성 등 성곽이 많습니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그곳의 역사와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아차산 능선을 걷은 것도 그러합니다. 망우리 고개에서부터 한강이 보이는 광나루까지 뱀처럼 길게 늘어진 능선을 걸으며 다양한 유적과 전설을 들어보고,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따라 도봉산 북한산뿐만 아니라 관악산과 운길산 검단산 등을 찾아보는 것도 아차산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거리입니다. 이렇듯 능선을 따라 시간적 여유를 두고 느리게 걷기에도 알맞은 곳입니다. 간단한 도시락 준비하여 가족들과 나들이 하기에도 부담 없는 곳이 아차산입니다. 또한 사시사철 오르기 편한 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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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은 그 높이가 해발 297m로서 서울의 광진구와 경기도의 구리시와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삼국시대에 고구려·백제·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하여 250여 년 동안 각축을 벌였던 아차산성(사적 234), 아차산 봉수 대지(서울 기념물 15), 신라 문무왕 1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영화사(永華寺) 등이 있다. 구리시에서는 해마다 온달장군 추모제를 이곳 아차산에서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