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석수동 낙지전문점 낙지섬
무지(無知)하면 몸이 고생한다고, 가끔 서해바다를 가면 갯벌에서 낙지잡이 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보기에는 낙지 잡는 게 쉬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부들은 설렁설렁 걸어 다니다가 숨구멍이 보이면 삽질 몇 번 끝에 금방 잡아내니 보는 사람들로서는 쉬워 보일 수밖에.
어느 날 작정을 하고 친구들과 대부도 갯벌로 낙지잡이에 나섰다. 부근에서 낙지 잡던 분께 도움받아 요령까지 배웠으니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잡기는커녕 낙지 구경조차 하질 못하고 방게처럼 온 갯벌만 헤집고 다녔다. 애꿎은 갯벌만 파헤치고 들쑤셔 놨던 것이다.
낙지 안주 삼아 한잔 하겠다고 준비해 간 소주와 초고추장은 결국 갯바위에 붙어있던 손톱만한 굴로 안주하여 겨우 비울 수 있었다. 그때가 벌써 이십여 년 전이니 오래된 이야기가 돼 버렸다. 그 시절에는 낙지 한 가지만 가지고 요리 전문점이 생길 거라고는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낙지 요리하면 산낙지로 먹는 것과 연포탕, 그리고 낙지볶음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낙지요리만 취급하는 전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대부도 갯벌에서 고생한걸 생각하면 그 많은 낙지 수요를 어떻게 공급할까 의문도 들지만 통발로도 잡고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을 많이 해온다 하니 물량 걱정할 일은 아니라 한다. 하지만 낙지까지 수입해서 먹고 있다는 사실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프랜차이즈가 활성화되면서 낙지 요리 역시 오래전부터 즐겨먹던 탕탕이, 연포탕, 볶음 외에 전골, 비빔밥 등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어 이제는 그 가짓수만도 십 여가지가 넘는다. 안양 석수동 삼막사 오르는 길에 있는 낙지섬은 낙지만 취급하는 전문점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요리에 쓰이는 낙지를 대부분 산낙지로 쓰고 있다. 그러니 냉동낙지를 쓰는 곳과는 그 맛과 식감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얫부터 기력 잃은 소 한테 낙지를 먹이면 벌떡 기운 차린 다고 할 만큼 보양 음식 중에 으뜸으로 쳤던 낙지, 봄 오기 전 겨우내 움추러 들었던 기운 낙지 요리로 미리 보충해 놓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나른해질게 뻔한 봄기운을 떨쳐 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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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요리 전문점 낙지섬은 안양 관악역 부근에 있다. 음식 종류에 따라 국내산과 수입산을 쓰고 있으니 주문 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031.473.8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