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산동칼국수
금강산도 식후경
黃河와 떠나는 食道樂 여행
부역(賦役), 그리고 손칼국수
‘새마을 운동’이 내 살던 산골 마을에 들어온 때가 70년대 중반이었다. 오지 중의 오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깊은 산골이었으니 새마을 운동도 전국적으로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이다. '잘살아 보세'로 대변했던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되었고, 호롱불이 사라지고 전깃불이 들어왔다. 차 한 대 겨우 지나던 신작로가 넓어지고 장마 때면 늘 넘치던 실개천에도 제방이 쌓였다.
그때는 부역(賦役)이라는 강제노역이 있었는데 가구마다 한 사람씩 의무적으로 부역에 참여해야 했고, 나가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기도 했으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늘 부역을 나가야 했다. 부역을 나가면 어머니는 가끔 밀가루를 한 포대씩 받아오곤 했었다.
그 밀가루로 어머니는 술떡을 만들고 반죽하여 수제비, 칼국수를 해 주셨는데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오신채(五辛菜)가 들어간 음식을 잘 먹지 못했던 어린 내가 밀가루 음식은 그나마 잘 먹으니 어머니는 아껴 뒀다가 칼국수며 수제비를 종종 해 주셨는데,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 맛이 혀끝에서 여전히 감돌고 있다.
한설(寒雪)이 몰아친 어느 날 강남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불현듯 칼국수 생각이나 오랜만에 양재 부근 임병주 산동 손칼국수 집에 들렸다. 손으로 직접 반죽하여 썰어내는 두툼한 면발은 그 크기가 우동 면발 못지않다. 더불어 바닷냄새 가득한 바지락과 그리고 알싸한 김치까지 어울리니 그 맛은 늘 먹던 맛처럼 익숙하고 여전하다. 거기에 청양고추의 매콤함과 숭덩 썬 애호박의 달큼한 맛이 어우러져 금세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음식 평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쉐린 가이드에서 6년 연속으로 뽑힌 맛집이라 하니 그 맛에 대한 정평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십여 년 전 우연히 알게 되어 칼국수 생각이 나거나 양재 부근에 갈 일이 있으면 자주 들르는 집인데, 멸치육수로 국물 맛을 내던 어머니의 칼국수와는 맛은 다르지만, 손으로 써는 두툼한 면발은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저절로 나게 한다. 그럴 때마다 따끈한 국물처럼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뭉클 올라오곤 한다. 먹는 내내 메뉴판에 걸린 왕만두에도 눈길이 간다. 이곳 왕만두 역시 손으로 직접 빗은 속이 꽉 찬 평양식 왕만두다.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 낼 수 없는 형편, 다음에는 근처 사는 친구라도 데리고 와 꼭 맛보아야겠다.
서둘러 국물까지 한 그릇 비우고 밖으로 나오니 찬 바람은 여전한데 몸은 춥지 않다. 빈속 채워진 칼국수 한 그릇이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음식 한 그릇에도 애틋한 사연, 한두 가지쯤은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듯 칼국수나 수제비는 내게 그런 음식 중 하나다. 매서운 추위 따라 가슴도 허해지기 십상일 때 언 가슴 녹여내고 애틋한 추억 회상하기에는 칼국수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그러기에 산동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속 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든든해지는 까닭이다.
문화 예술의 중심 서초
예술의 전당
1988년 문화적 주체성을 확립하고 한국문화예술의 국제적 연대성을 높이기 위해 우면산 일대에 들어선 복합예술센터다. 예술의 전당에는 음악당뿐만 아니라 서예관, 미술관, 자료관, 교육관, 축제극장 등 예술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예술 시설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정원, 분수 연못 등 산책하기 좋은 야외 문화공간도 잘 조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예술 행사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어 공연, 전시 등 상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립국악원
전통음악과 무용을 보존·전승하고, 보급 및 발전시키고자 설립된 국립음악 기관으로 예술의 전당 옆에 조성된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산실이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연주뿐만 아니라 학술연구, 교육, 전통 악에 대한 전시 등을 병행하고 있으며,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등 네 개의 소속 연주단을 두고 있다. 그리고 남원과 진도, 부산 등에 지방 국악원을 운영하며 지방 국악 보존과 계승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국립국악원에서는 다양한 국악 공연이 상시 열리고 있다.
헌릉 인릉
태조 이성계에 의해 세워진 조선은 마지막 임금 순종에 이르기까지 27명의 임금이 500여 년을 통치하였으며 왕들의 무덤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등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조선왕릉은 그 역사와 보존 가치가 인정받아 세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헌릉은 우리에게는 이방원으로 잘 알려진 조선 3대 임금 태종과 왕비인 원경왕후의 능이며, 인릉은 조선 23대 임금이었던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의 능이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관람이 가능하다.
달빛 무지개 분수
한강르네상스의 핵심사업으로 2009년에 완공한 달빛 무지개 분수는 반포대교 구간 1,140m 구간에 다리난간 양쪽으로 만든 낙하용 분수다. 분수는 4월부터 10월까지 낮과 밤에 매일 5~6차례 분수 쇼를 펼치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특히 야간에 한강유람선과 함께 펼쳐지는 분수 쇼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서울의 이색적인 명소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장 교량 분수로 2018년 12월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은 2023년 1월부터 월간 조세금융에 매월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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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주 산동칼국수(02.3473.7972)는 양재역 부근 서초구청 맞은편에 있다. 칼국수뿐만 아니라 손으로 빚은 두툼한 만두피의 왕만두도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