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북면 한우마을
친구를 만나러 내려간 창원의 한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콩잎 장아찌. 어릴 적 어머니께서 된장 항아리에 담갔다가 어느 정도 삭히면 꺼내 주던 반찬이었는데, 한동안 잊고 있었던 콩잎 장아찌를 보니 불현듯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먹을게 늘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조리법을 찾아내어 다양하게 요리를 해서 먹었다. 콩잎도 그러한 재료 가운데 하나이다. 깻잎과는 달리 콩잎은 표면이 억새고 거칠어서 날 것으로 먹을 수 없었다. 해서 된장 속에 박아 두거나 데쳐서 간장에 담가놨다가 숙성시킨 후 잎이 순해지길 기다려 꺼내어 먹었다. 어느 곳에서는 여름 오기 전 연한 순을 따서 담거나 또 어느 곳에서는 늦가을 서리 맞은 단풍 콩잎으로 담기도 한다.
내 어머니는 두 가지 방식을 다 하셨다. 모내기 지난 논 두럭에서 자라는 콩나무를 뽑아다 주면 잎은 따서 장아찌 담그고 몸통은 삶아 동물들 여물로 주었으며, 서리 맞은 콩대는 타작하기 전 단풍처럼 노랗게 물든 잎을 따서 담그기도 하셨다.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러우며 거기에 된장의 짭조름한 맛이 베인 콩잎 장아찌는 맨밥이나 물 마른밥에도 제격인 별미였었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십 수년 만에 맛보게 된 콩잎 장아찌, 흰쌀밥에 한 잎씩 얹어 먹는 내내 불쑥불쑥 오르던 울컥 거림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이었으리.
소소한 콩잎 장아찌가 내게십 수년의 세월을 찰나로 돌려놓은 시간이었다.
#황준호와떠나는식도락여행 #콩잎장아찌 #애니투어 #황준호와떠나는달팽이여행
*창원시 북면에 있는 한우마을이라는 정육식당에서 밑반찬으로 콩잎 장아찌를 제공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