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 다슬기 가든
여행이 주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계획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새로운 곳을 만나는 일이고, 기대하지 않았던 맛집을 우연히 발견하는 일이다.
대진고속도로 금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진안방향으로 가던 중 적벽강이라 쓰여있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고 고민할 틈도 없이 차를 돌려 적벽강으로 향한다.
근처가 고향인 나로서는 적벽강이란 곳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나치기만 했을 뿐 가본 적이 없었다.
금강줄기를 거슬러 좁은 농로를 한참 동안 달리니 길 끝 즈음에 적벽이 나오고 그 밑으로 유유히 금강이 흐르고 있다. 30여 미터의 붉은 바위와 그 아래로 흐르는 금강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중국 양쯔 강의 적벽과 비슷하다 하여 적벽강이라 불리는 이곳은 래프팅 등 여름 한때 즐길 거리는 있으나 주변 여건이 그 외 계절에는 마땅하지 않아 보인다.
한적하고 목가적 풍경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 잠시 둘러보고 쉬어가는 정도로는 괜찮을 듯싶다. 어쩌면 큰 기대를 안고 외통수 길까지 찾아든 여행객들에게는 적벽의 크기에 다소 실망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을 단풍이 절정일 무렵에 오면 붉은 적벽과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져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도 하겠다.
돌아서 나오던 길에 허기진 배를 채우려 간판만 보고 무작정 들른 다슬기 가든이란 식당, 이곳에서 일행은 뜻밖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맛있는 음식을 만났다.
직접 만들어 내놓은 손두부는 거친 맛이 외려 시골스러워 좋고, 매콤 달콤한 소스를 버무린 민물고기 튀김은 냉동 빙어로 조리하는 타 지역 도리뱅뱅이 보다 훨씬 담백하고 맛깔스럽다. 직접 담근 동동주를 튀김과 함께 곁들여 마시니 금상첨화이다.
그리고 주 메뉴로 나온 어죽은 이날 식사의 백미였다. 강이 발달한 우리나라 특성상 오래전부터 그 강에서 사는 민물고기를 잡아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어죽이다. 어죽은 잡히는 어종과 지역적인 환경에 따라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로 요리하여 즐겨먹는 대표 민물 보양식이다.
다슬기 가든에서는 국수와 수제비를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다.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인 어죽은 먹고 나서도 입안에 감칠맛이 한참 동안 남아있을 만큼 특별하다. 특히 영업집의 맛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 직접 잡아 끓여 먹던 그 맛과도 비슷해 먹는 내내 어린 시절 냇가에 모여 끓여먹던 천렵 국과 그 시절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마당 한 귀퉁이에 서있는 가죽나무에 돋은 새순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 내 살던 담장 밑에도 가죽나무가 있었고 새순 자라면 어머니는 그 가죽나무 순을 따서 전을 붙여 주시거나 부각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주인장은 선뜻 새순을 따서 건넨다. 덤으로 담벼락 그늘서 자라는 취나물도 한 오큼 얻었다. 오랜만에 느껴서 일까? 후한 인심은 맛있던 음식보다 내 가슴에 더 뭉실하게 남는다.
적벽강을 일부러 찾으려거든 적당한 기대심으로 찾길 권한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는 적벽교 초입에 있는 다슬기 가든에 들러 어죽 한 그릇 맛보고 오기를 권한다. 걸쭉하게 끓여낸 어죽 한 그릇 먹다 보면 그 맛있음에 적벽에서 받은 아쉬움도 이내 사라질 수 있을게다. P&C by 黃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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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끼고 우뚝 서있는 모습이 마치 중국의 적벽강과 닮았다 하여 적벽강이라 불리는 이곳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수통리에 있고,
다슬기 가든(041.753.0885)은 적벽강 초입 수통마을에 있다. 다슬기 가든에서는 바로 마을 앞으로 흐르는 물 맑은 금강에서 잡은 싱싱한 민물고기를 주 재료로 하여 다양한 요리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