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새만금 횟집
"나, 지인들과 전주에 왔는데 저녁식사할 만한데 어디야? 자네가 지난번 알려줬던 그, 예약해야 한다는 횟집은 어때?"
내려온다는 사전 연락도 없이 뜬금없이 전화하여 식당 알려달라 윽박지르는 내게 친구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기다려봐" 한다.
잠시 후 걸려온 전화,
"이미 예약은 끝났고, 가서 기다려야 한다는데, 내가 가서 줄 서있을 테니 그리로 와!"
그 시간이 오후 다섯 시 반이었고, 우리가 도착한 게 일곱 시 무렵이었고 그 후 삼십여분 더 기다려 겨우 자리를 얻었으니 회 한 접시 먹자고 장장 두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전주 토박이인 친구는 전주 음식에 대해서도 늘 평가가 인색하다. 30첩 찬이 나오는 식당에 가서도 '먹쟐것 없다'며 숟가락 놓는 그런 친구다. 이 친구가 입에 참이 마르도록 적극 추천하는 데는 그마만큼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따라나선 곳이 전주역 인근 '새만금 횟집'이다.
가게의 첫인상은 '허름하다'. 분위기는 실내 포장마차와 비슷하고, 테이블이며 의자 또한 어디서 주워다 놓은 듯 가지각색이며 벽면 페인트 역시 색이 바랠 대로 바래 있다.
하지만 가게는 예약한 손님들로 빈 테이블 하나 없이 가득 차 있다. 사전예약을 받는데 그것도 당일 오후 두시부터 받는단다. 어찌 보면 배짱(?) 마케팅에 배짱(?) 영업인데, 한번 찾은 손님들은 전혀 불평 없이 다시 찾는다. 예약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예약 못하면 줄 서는 것도 익숙하다.
이러한데도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이 오히려 쉬쉬하며 다닐 정도로 이집을 단골 삼는 이유는 뭘까?
기존의 횟집과는 확연히 다른 영업방침과 노쇼(No Show) 또한 제로에 가깝다고 하니 사람을 끄는 이유가 분명 있겠다 라는 의문은 주문한 음식을 받고서야 풀리게 되었다.
첫째 가성비가 좋다. 우럭, 광어는 대자가 4만 원, 소자가 3만 원. 도미는 대자는 5만 5천 원, 소자는 4만 5천 원.
둘째 비주얼이 좋다. 가게는 허름한데 막회가 아닌 한 점 한 점 정성껏 떠 올린 회와 초밥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초밥 등 맛보기로 세팅되는 음식들의 비주얼이 고급 일식집 수준이다.
셋째 맛있다. 사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고 가성비가 좋고 비주얼이 좋아도 맛의 질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두 번 찾질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찰지고 싱싱한 회는 기본이고 갖구워낸 청어며 서비스로 나오는 초밥 피스가 대충스럽지 않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매운탕은 이집의 화룡정점이다.
하루에도 수백 군데가 창업되고 또 그마만큼의 수가 문을 닫는다는 요식업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는 것을 이 집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영업스타일이나 메뉴는 누구나 흉내내고 카피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손 맛'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창업은 쉬워 보이나 수성하기 어려운 것이 '요식업'이다.
장사로서의 '손 맛'은 기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손 맛'에 길들여져 있다. 내 어머니의 음식으로부터, 미각을 기억하는 내 혀끝으로부터 '당기고 끌리는' 맛을 찾게끔 뇌리에 저장되어 있는 게 '손 맛'이고 '입 맛'이다.
이렇듯 각기의 입맛을 맞춘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음식으로 장사를 할 때는 자신만의 '손 맛'을 분명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만금 횟집은 수천여 곳이 난무하는 횟집이란 업종에서 자신만의 노하우와 '손 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집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단골들이 많다. 내 친구 또한 이집의 오래된 단골이다. 단골이 많다는 것은 사람들의 '입 맛'에 맞는다는 것이며, 자신만의 확고부동한 '손 맛'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음식 잘하기로 유명한 전주에는 널린게 맛집인데, 더해서 '꼭 가볼만한' 횟집까지 있으니 전주 사람들, 행복하겠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을 하지 못해 두 시간 여를 줄 서서 대기해준 친구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by 黃 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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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횟집(063.243.6701)은 전주역 부근에 있다.
이집만의 특징을 요약해보니 이렇다.
1. 당일 예약만 받는다. 그것도 오후 2시에서 5시까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자리가 날 때까지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2. 메뉴도 고정 메뉴다. 우럭, 광어, 도미 흔하디 흔한 산낙지, 해삼, 멍게도 없다.
3. 값이 저렴하다. 대신 자질구레한 맛보기 음식(일명:곁들이찬)은 간단하다.
4. 맛보기로는 갖구운 청어구이와 샐러드, 초밥, 그리고 도미회에는 도미머리 구이가 나온다.
5. 수족관의 고기가 크기별로 있다. 큰 거는 대(大)자용이고 조금 작은 것은 소(小)자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