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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과
콩나물 해장국에 대한 단상

해장국 기행(전라도①-전주 남부시장 현대옥)

by 황하

남부시장 현대옥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습니다. 오래 전의 일입니다. 고향과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이곳이지만 이제는 연고가 없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려오는 일이 드문드문합니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 전주에 오면 친구들과 밤새워 술을 마시고 아침에는 어김없이 남부시장에서 해장국으로 마무리를 하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이야기를 안주삼아 그 긴긴밤을 새웠는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느 한 시절, 어느 날에 마주하고 앉아서 함께 밤을 새웠던 그 얼굴들에 대한 기억은 또렷합니다.

오랜만에 혼자서 들른 남부시장도, 현대옥도 여전합니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따라 변할 만도 한데 옛 것의 흔적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다만 청년들이 모여 장사를 시작한 청년몰과 다양한 테이크아웃 등 새로운 업종들이 오래된 틈새에서 자리 잡아가며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입니다. 가격이 오른 것과 주인이 바뀐 것을 제외하면 현대옥은 자리도, 맛도, 분위기도 여전합니다. 오후 두시면 문 닫는 것도 그대로입니다.


토렴 한 국밥에 데친 오징어를 추가하여 넣어 먹는 현대옥만의 독특한 방식은 많은 콩나물 국밥 종류 가운데 단연 특별하지만 지금의 현대옥을 있게끔 만든 것은 깊은 맛의 육수 때문일 겁니다. 오랜만에 먹어도 한 숟갈 입에 넣는 순간 ‘그래, 이 맛이야’ 하며 혀가 기억하는 그런 맛, 현대옥은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그 맛을 유지하고 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부시장에는 현대옥뿐만 아니라 삼번집, 우정식당 등 내공이 만만치 않은 콩나물국밥집들도 여럿 있고, 이제는 콩나물 국밥과 함께 남부시장의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린 조점례 피순대 집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팥죽과 팥 칼국수를 잘 끓여내는 동래 분식이며 최근에 물 자장면으로 유명해진 노벨 반점도 남부시장 내에 있습니다.

이렇듯 남부시장에는 맛으로 널리 알려진 가게들이 많으며 그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이 가게들이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전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맛을 잘 지켜오고 있고, 거기에 내 어머니가 해주는 듯한 익숙한 손맛이 더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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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 얘기했듯 내게는 이곳 남부시장에서의 각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길재 선생이 옛 도읍지를 돌아보며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고 읊조렸듯이 내게 있어 남부시장에 대한 기억에는 ‘시장은 그대로인데 이제는 함께 하지 못하는 한 친구와의 추억이 곳곳에 서려 있는 곳’ 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친구와 나는 전주에 올 때마다 이곳 남부시장에 들러 마땅한 술집을 찾아 구석구석 기웃거리기도 했고,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이른 새벽에 어김없이 해장하러 다시 찾았던 곳이 남부시장입니다. 그랬던 친구는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먼저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친구와 보낸 남부시장에서의 추억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어떠한 사연으로 인해 더 이상 이 곳을 찾을 수 없게 되지 않는 한 이곳을 찾을 때마다 추억은 늘 떠오를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도 전주에 오면 지나치지 않고 남부시장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내 어머니 손맛 같은 묵은 맛으로 허한 가슴 한편을 채우고, 친구와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그리워해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장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며 또 다른 추억을 흔적처럼 남기기도 합니다. 세월 한참 흐른 후 다시 찾은 그곳에서 지금의 추억을 꺼내어 다시 회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래서일까요? 남부시장에 머물다 돌아서 오는 발걸음은 늘 허하면서도 든든합니다. 마치 고향집 다녀오던 마음처럼 말입니다. By 黃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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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부시장과 콩나물 국밥

전주 남부시장의 기원은 조선 중기까지 올라가야 한다. 전주성의 사대문 가운데 남쪽 문인 풍남문 밖에 형성된 남문장에서 비롯된 남부시장은 전주 장 가운데 가장 큰 장터였으며 그곳에는 쌀을 파는 싸전을 비롯해 소금을 파는 소금 전, 그리고 우시장과 약령시까지, 이미 오래전부터 대규모의 종합시장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볼 때 남부시장의 규모는 매우 컸고 거래가 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1930년대 남문장을 찾은 사람이 180여만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남부시장의 문전성시(門前成市)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물건을 팔거나 사기 위해 당시 남문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점심 대용으로 집에서 주먹밥을 싸가지고 왔는데, 주먹밥만 먹기에는 목이 메기도 하고 겨울에는 밥이 얼기도 해서 먹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시장에는 이 지역에서 흔했던 콩나물을 넣어 끓여낸 따뜻한 국물을 파는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 국물에 사람들은 주먹밥을 넣어 말아먹게 되었다. 이것이 콩나물 국밥의 시초가 되어 오늘날 남부시장만의 독특한 콩나물 국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료 참조:국내 시장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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