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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Jul 03. 2016

남대문에서

남대문에서

                              黃河  



난간 위에 매달린 젖은 비둘기처럼 

처마 밑 모서리에 쪼그려 앉아 

시름 피워대는 그의 손끝이 푸스스하다

고단함만큼이나 

품어대는 연기는 무게를 더하여 

발아래로 내려앉아 강을 이루고 

김 오르는 포장마차 주마등에

마른 가래 삼키듯 목젖 울리지만

구깃해진 지폐 몇 장 사라진 후,

밀물처럼 다가올 외로움을 안다

텅 비어 버린 허함에 자괴할 모습을 본다

계곡 같은 주름 너머로 더 깊은 굴곡을 토해내는 이,

담배연기만 연신 삼켜대며 허기를 채운다 

제 몫을 못하기는

사람이나 수레나 매 한 가지 

내동댕이치듯 놓인 수레 위로 

빗방울은 부스러기 부풀어 올리고 

처마 밑 웅크린 사내 

한숨 덩이만 연신 토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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