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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Aug 09. 2016

초지진에서

초지진에서

                               黃河


가슴으로

허허로운 바람 드는 날이면

썰물 지는 초지진에 가볼 일이다

강물처럼 굽이쳐 내리는 바닷물

비워질 때까지 바라볼 일이다 하여

밤을 지켜내던 등대 저 홀로 아니었음을,

그 발아래 제 몸 다 적시어도 

묵묵한 갯바위 그리 있음을 

위안할 일이다  


가슴으로

먹먹한 챗기오는 날이면

정조 되어 고요한 초지진에 가볼 일이다

멍울처럼 맺혀있는 앓이,

하얗게 드러난 갯벌 속으로

송두리 채 담가볼 일이다 하여

움친 구덩이 속 방게마냥 수면하다

밀물 오고 다시 썰물 내리면

슬며시  따라 흘려보낼 일이다 


갈바람 부는 어느 시절 

불현듯 초지진 다시 그리워지면 

유랑하듯 넉넉히 찾을 일이다 하여

가슴으로 든 바람 누그러 지면 

돈대에 올라 여물어질 날들을 

소망할 일이다  

일렁이던 마음 비워내고 

느릿한 걸음으로 머물다 가기를,

여념 없는 노송의 침적 담아내기를

소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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