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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정(解酊), 해장국 기행

팔도 해장국 맛집을 찾아서

by 황하

술의 기원은 자연발생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과일의 과즙이나 꿀 등 액상에 공기 중 떠다니던 천연 효모가 번식을 하게 됩니다. 이 효모는 다른 물질과 만나 발효 작용을 하게 되고 발효된 것을 우연히 사람이 먹기 시작하면서 술이 발달하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대시대 때부터 이미 술을 마셔왔다는 다양한 역사적 근거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7천여 년 전의 석판에 새겨져 있는 맥주의 제조법이나 술이 만취되어 해모수와 잠자리를 하게 된 유화가 주몽을 낳았다는 고구려 주몽신화에서도 술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술이 발달함에 따라 술과 곁들인 음식 또한 술의 역사만큼이나 발달해 왔습니다. 안주 없이 도수가 낮은 술을 즐겨 마시는 나라도 있지만 바이주나, 보드카 등 독주를 즐겨 마시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술안주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유달리 술을 좋아하는 민족인 우리나라 역시 오래전부터 술과 더불어 관련된 음식이 발달되어왔습니다.

특히 ‘안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포, 전, 회, 탕 등 술 마실 때 술에 따라 곁들여 먹는 음식 또한 다양합니다. 이러한 음식을 차려서 술과 함께 내놓는데 이를 ‘주안상’이라 합니다. 주안상은 밥상과는 달리 오로지 술을 마시기 위한 상차림을 일컬었습니다. 주안상에 오르는 안주는 청주, 탁주 등 술의 종류에 따라 술에 맞추어 올라왔습니다. 그러하니 안주로서의 음식은 술과 함께 진화를 거듭 해오며 그 가짓수 또한 다양하게 개발되었습니다.


이렇듯 술 마실때 필요한 안주음식이 있는가 하면 술 마신 후 술로 시달린 속을 풀어내기 위한 숙취음식이 있습니다. 숙취음식 역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 일 수록 안주 만큼이나 다양하게 발달해왔습니다.

또한 술 마신 다음날 숙취 해소하는 방식 역시 각 나라별로 다양합니다. 미국의 경우 술 마신 다음날 치킨 수프를 끓여 먹고 러시아에서는 우리나라 동치미 국물과 비슷한 피클 또는 양배추 절임 국물을 마십니다.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은 다양한 차를 마심으로써 숙취를 해소하고 일본의 경우 감과 매실을 절인 우매보시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숙취해소는 대부분 음식으로 많이 하는데, 그러다 보니 여느 나라 못쟎게 종류도 많고 다양합니다. ‘해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술 마신 후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 해장국은 익히 오래전부터 먹어온 우리네 음식의 한 종류입니다.

선조들은 술 마신 다음날 보통 김치, 콩나물, 북어 등의 재료를 넣어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으며 숙취를 해소했습니다. 해장음식이 이어져 오게 된 데는 성분을 따져서라기 보다는 선조들의 체험에 의해 발달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료들이 성분 분석 결과 숙취해소에 가장 좋은 재료들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서 새삼 선조들의 지혜로움에 놀랄 따름입니다.

최근에 들어서서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해장음식들이 개발되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술과 함께 숙취 음식이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입니다.




해장 음식은 ‘해장국’이라 불리기도 하며 각 지역별로 재료별로 다양하게 발달되어 왔습니다. 바닷가 인근에서는 조개, 소라, 생선등 해산물을 재료로 써서 국이나 탕을 끓여 해장음식으로 먹어왔으며 최근에는 매생이, 물메기를 넣어 만든 음식도 즐겨 먹습니다. 하동 인근 섬진강에서 많이 잡히는 재첩이나 내륙의 강과 하천에서 서식하는 올갱이를 이용한 국도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온 해장음식입니다.

또한 도축장이 있던 인근에서는 고기와 관련된 고깃국이 해장국으로 발달해 왔고 콩나물, 미나리, 배추 등이 많이 재배되던 지역에서는 이런 야채를 이용한 해장음식이 발달해왔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소 뼈를 우려낸 육수에 선지 우거지 등을 넣어 끓이는 서울식 해장국이 있는가 하면 맑은 육수에 콩나물을 넣어 수란과 함께 먹는 전주식 해장국이 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도축업이 발달했던 경기도 양평에선 도축 후 나오는 소 부산물을 이용해 국을 끓여 냈는데 지금은 양평해장국이라 하여 전국적으로 성업 중입니다.

제주에서는 돼지고기 삶은 물에 모자반을 넣어 끓여 먹는 몸국과 보말국이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소머리나 사골 또는 뼈를 육수 내어 선지와 부속물을 넣어 끓여내는 제주식 소고기 해장국이 있습니다.

명태가 많이 잡히던 강원도에선 북엇국이, 소 뼈를 10시간 이상 고은 후 그 국물에 고춧가루, 파, 부추, 마늘 등을 넉넉하게 넣고 끓이는 대구의 따로국밥도 해장국의 한 종류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 중에 피난길을 전전하던 피난민들이 돼지 부속물을 넣고 끓인 데서 유래된 돼지국밥은 이제 부산의 향토음식이며 대표적 해장음식입니다. 그 외 순댓국이며 설렁탕, 곰탕, 복국, 뼈 해장국 등도 숙취 후 즐겨먹는 우리네 대표 해장음식들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민족인 만큼 이러한 해장음식은 계절과 때를 가리지 않고 즐겨 먹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 마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먹는다는 뜻이지요.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말이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입니다.




팔도 해장국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물 건너 제주 섬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장국에서 바닷가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해장국, 그리고 산 깊은 내륙 사람들과 삭막한 도시의 사람들이 숙취를 풀기 위해 찾아가 먹는 해장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집이 이들의 쓰린 속을 풀어내기 위해 어떠한 재료로 끓여내는지를 알아볼 참입니다. 또한 늘 먹는 음식이지만 그 속내를 알고서 먹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애주가의 한 사람으로서 떠올린 발상입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숨은 맛집은 없다'라고. 그렇습니다. 맛집인데 숨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잘 한다고 소문이 나면 산골 오지뿐만 아니라 바다를 건너서라도 찾아가는 우리네 민족의 끈질긴(?) 습성 앞에서는 진정한 맛집은 도저히 숨겨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전국의 팔도 해장국집들 가운데 '숨은 맛집'이 아닌 '남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 놓고서 먹고 싶을 만큼 맛있다는 집' 들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자, 팔도 해장국의 진정한 맛 집을 찾아 저와 함께 떠나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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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이란 말은 술로 시달린 속을 푼다는 뜻으로 그 어원은 고려시대 쓰였다는 술 깨는 국이라는 뜻의 성주탕(醒酒湯)을 원형으로 꼽는다. 해장국이라 불리게 된 것은 근대에 들어서이다. 술 취함을 풀어준다는 뜻의 해정(解酊)이란 말이 있었는데 된장 등을 풀어 끓이는 장국과 만나면서 해장국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근거가 있는 듯하다. 지금은 해정국 보다는 해장국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으나 숙취를 풀어준다는 의미에서의 해정국, 해장국 그 뜻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어느 것으로 불려도 상관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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