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오래된 노래임에도 지금까지 강한 여운을 남긴다.
가사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동시에 정교한 비유와 절제로 다듬어 냈다.
이별의 감정을 말하는데 이토록 품위 있는 곡은 흔치 않다.
사랑에서 ‘패자’가 되는 마음이 얼마나 깊고 고독한지를 조용히 깨닫게 하는 노래다.
“난 내 카드를 다 보여줬고, 이제 더는 강한 패가 없다.”
사랑 앞에서 숨기지 않았던 마음, 진심을 다해 건넸던 감정들.
내가 가진 모든 패를 올려놓았다는 고백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게임은 노력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준 만큼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 있고, 진심이 진심을 붙잡아주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때 남는 감정. 그게 바로 패자의 마음이다.
“사랑의 규칙을 믿고 따랐는데,
냉정한 신은 주사위를 던졌다.”
정성을 다해 집을 짓고 울타리를 세우는 것,
관계를 안정시키는 일.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노래는 말한다.
사랑에는 규칙이 없다.
누군가의 선택도, 노력도 아닌,
"차갑고 우연한 신의 주사위 놀음"이 모든 것을 결정할 때가 있다고.
애써 쌓아 온 것들이 단 한 번의 우연으로 무너지는 일.
사랑의 끝이란 그렇게 비논리적이고, 때로는 잔혹하다.
“승자는 모든 걸 가져가고,
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별 후의 세계는 참 이상하다.
보고 싶어도 말할 수 없고, 그립다고 털어놓을 자격도 없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던 관계였지만, 이제는 어떤 말도 방해가 되어버린다.
노래는 이 억울하고 복잡한 감정을,
조용하게, 그러나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건드린다.
“그 사람이 내가 하던 것처럼 당신에게 키스하나요?
그 느낌도 같은가요?”
이 질문은 이별의 끝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다.
사랑이 끝났음에도
내가 준 감정과 온기가 정말 완전히 사라졌을까 두려운 마음.
내가 남긴 흔적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너무나 인간적이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린 부분.
사랑에 손익을 따지는 건 의미 없다.
하지만 현실은 알고 있다.
이별 앞에서는 늘,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패자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 곡은 그 ‘패자’의 마음을 우아하게, 애절하게 묘사한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져가고,
패자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다.”
이보다 더 정확한 이별의 정의가 있을까.
“내 태도가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어쩌겠어, 룰은 지켜야 하는데.”
내가 아직도 그리움 속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떠난 사람에겐 불편함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심판이 결정을 내리고,
관객은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이별의 무대에서,
남겨진 사람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저 가만히 서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일이 패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역할일 때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당신은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지만,
나는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한다.
아직 마음을 다 정리하지 못한 채 상대 앞에 서 있는 자신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정해진 법칙이 없지만,
이별에는 이상할 만큼 명확한 룰이 있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져가고,
패자는 할 수 있는 말도,
내밀어준 악수조차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건넨 마지막 악수를 조용히 거부했다.
악의가 아니라,
아직 그 손을 잡을 만큼 쿨해지지 못한 나 때문이었다.
사랑은 끝났고,
규칙도, 약속도, 노력도 더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별이 정한 룰은 참 이상하리만큼 뚜렷하다.
떠나는 사람은 담담해지고, 남겨진 사람은 조용해져야 한다.
말을 아끼고, 마음을 숨기고, 마지막 예의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 순간을 지나며 깨달았다.
사랑에서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결과를 바꾸지 못하지만,
침묵 속에서 품위를 지키는 일만큼은 내 몫이라는 것을.
룰은 지켜야 하니까.
이것이 내가 패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이별의 자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