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흔들릴 때, 끝내 놓지 않아야 할 것들
진부한 표현이다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링 위에 서 있다.
수많은 주변 사람의 응원과 조언에도,
결국 주먹 하나, 움직임 하나하나는 결국 내 선택에 의해 결정되지만,
승부의 결과는 내가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복싱의 매력은 단순히 승패에 있지 않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의지, 날아오는 주먹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용기,
그리고 이 모든 걸 꿰뚫는 의지, '붙드는 마음'에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쓰러지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을 보며, 나 역시 내 삶 속에서 무엇을 붙들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남긴 질문들]
삶의 격투를 보여주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사랑은 지켜보는 것인가, 이끌어주는 것인가.
- 신념은 끝까지 붙드는 것인가, 누군가를 위해 내려놓는 것인가.
- 품위는 느리더라도 바르게 사는 것인가, 결과로 증명되는 것인가.
- 삶의 가치는 환경을 이겨낸 의지에 있는가, 함께 걸어준 누군가의 존재에 있는가.
프랭키는 자기만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원칙,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
단순한 고집이 아닌, 누군가를 기다릴 줄 알고,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그는 매기와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싸운다.
고통을 줄여주려는 손이자, 죄책감 속에서도 결단을 내리는 사랑의 방식.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결국 관객 스스로에게 던져야 될 화두로 남는다.
[끝내 놓지 않아야 할 것들]
그래서 무엇을 끝내 놓지 말아야 할까.
영화를 보고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올바른 길에 대한 신념>
흔들리는 순간에도 끝내 나를 지켜줄 좌표.
<시간이 걸려도 조급해하지 않는 기다림>
나와는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간
그리고 <사랑의 표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통할 거란 믿음은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
말 한마디, 작은 손길, 조용한 응답.
그 소박한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절실했던 순간의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붙들기로 한 건 이 세 가지다.
고집이 아닌 태도, 침묵이 아닌 용기, 정답 없는 삶을 대하는 자세.
침묵보다는 표현을, 기다림보다는 다가감을.
이제는 그런 사랑을 배우고 싶다.
[내 삶 속에 남은 것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해 왔는가.
나는 누군가에게 프랭키처럼 무뚝뚝한 사랑을, 혹은 매기처럼 조용한 의지를 보여준 적이 있는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그것조차 나만의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사랑은 지켜보는 것이라고 믿었고, 힘든 순간엔 말없이 곁을 지키는 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깨달았다.
그 침묵이, 누군가에게는 외면이었을 수도 있다는 걸.
나의 태도는 때로는 무관심처럼 보였고,
내가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때로는 상처로 남았다.
프랭키와 윌리의 관계에서, 내가 놓친 관계들을 떠올렸다.
지켜준다고 믿었지만, 그게 사랑이었을까?
혹시 그 사람의 기회를 내가 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 기준이 맞다고 확신하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여전히 회의 속에서 신을 찾는 나처럼,
프랭키도 매주 예배당에 앉아, 답 없는 질문을 되뇌며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신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가?’
‘왜 내 질문에 답을 주시지 않을까?’
프랭키처럼 나도 수없이 묻고 있지만, 그 안에서조차 나는 희미한 기대를 품고 있다.
[결론: 붙드는 마음이라는 것]
세상은 빨라지고, 모든 게 쉽게 바뀐다.
신념은 유연함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사랑은 효율적인 관계 관리로 대체된다.
그러나 삶의 본질은 여전히 느린 감정, 조용한 품위,
그리고 ‘붙드는 마음’ 안에 있다.
내가 선택한 ‘붙드는 마음’은, 무조건 버티는 고집이 아니다.
올바른 길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걸려도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태도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나만의 방식만 고집하는 것으로는, 마음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사랑을 표현하려고 한다.
내 안의 믿음을 지키되,
그 믿음이 닿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로 했다.
그리고 끝내, 나는 믿는다.
사랑은 여전히 세상에 필요하고,
믿음은 나를 살게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결국 그 사람의 삶을 붙들어줄 수 있다고.
완벽한 믿음은 아니어도,
끝내 놓지 않을 마음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기로 했다.
상처받아도 다시 사랑하고,
흔들려도 다시 믿기로 했다.
그게 내가 선택한, 살아가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