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20분, 매일 들어도 친하지 않은 알람음이 울린다. 10분만 더 잘까. 10분 더 자고 대충 빨리 씻으면 되지 않을까. 자 계산을 해보자. 아니 안돼.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작은 방의 공기가 일렁인다. 하루의 시작이다.
5시23분, 완전히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간다. 밤새 열어둔 창으로 가득 들어찬 한기가 몸을 감싼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쏴- 물이 찹다. 역시,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5시40분, 머리를 말린다. 유난히 머리가 많이 빠진다. 음 좀 쉬어야 되지 않을까. 출근을 너무 열심히 하는것 같은데. 이쯤이면 일 좀 쉬어줘야지.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몸은 부지런히 옷을 입고 있다.
5시55분, 나가야지. 그래도 씻고 나니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다. 이런 날 더 열심히 놀 수 있는데 말이야. 그래도 일은 해야지. 으쌰- 몸은 여전히 무겁다. 바깥 공기가 좋다. 습- 깊이 들이킨다. 오늘도 힘내자. 통근버스 시간이 다 되었다. 뛰자.
5시59분, 아슬아슬하게 통근버스를 탄다. 똑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똑같이 늘어져 앉아있다. 역시 이른아침 출근은 모두에게 옳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표정이 되어 똑같이 늘어져 앉는다. 아 오늘도 진짜 출근을 하네.
6시10분.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카더가든 가수님의 나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첫 소절은 '인사하네요'. 마침 창 밖으로 둔 시선에 아침햇살을 등진 나무들이 들어온다. 아침햇살은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반짝 빛난다. 유난스럽지 않게 흔들거리는 나뭇잎들과 그 사이의 흔들거리는 햇살이, 마치 아침인사를 건네는 듯 하다. 오늘도 힘내라고, 오늘도 잘 해낼거라고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 이리도 아름다운 하루라니.
때마침 노래가 좋았고, 때마침 닿은 시선이 아름다웠다. 꽤 근사한 출근길이 되었다.
당신의 출근길에도 때마침의 축복이 있기를.
축복받은 오늘 당신의 출근길은, 얼마나 근사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