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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Jul 01. 2021

신발끈이 지켜낸

해가 뜨거운 날 이었다. 온도는 높지 않았지만, 뜨거운 볕 아래 끈적한 땀이 송골히 맺히는 날 이었다. 해를 피해 거친 걸음으로 집에 가는 길. 볕이 유난히 뜨거운 그 자리에서, 신발끈이 풀렸다.

아 너무 뜨거운데, 그냥 집 가서 다시 묶을까. 하다가, 홀린 듯 몸을 숙인다.



몸을 숙여 닿은 시선에 개미집이 있다. 발 바로 옆 이었다. 숙이지 않았으면 하마터면 밟을 뻔 했다. 개미집 주변에는 집을 바삐 들락거리는 개미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더듬이를 맞댄 개미들, 과자 조각에 뭉친 개미들이 지천이다. 혹여나 다른 무리를 밟았을까 싶어 급히 발을 들어본다. 휴, 아무도 없다. 하마터면 치열한 일의 현장이었든 볕 좋은 날의 소풍 중 이었든,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짓밟을뻔 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삶을 짓밟진 않았을까. 아름다운 삶에 발길질을 해놓진 않았을까. 흠집을 내진 않았을까. 내 무심코 내딛은 발걸음이 어떠한 것에도 흠집을 내지 않게 조심히 내딛어야 겠다. 치열하든 행복하든 슬프든, 모든 삶은 아름답다. 아름다운것들은 아름다운채로 지켜야 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몸을 일으킨다.

신발끈은 조금 느슨하게 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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