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은 아름다운 색만으로 그려질 순 없다.
언뜻 비슷한 기록과 기억이지만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
기록에는 어떠한 사실만이 담겨 감정의 색 없이 투명하다.
투명한 덕에 신뢰받으며 또 온전하다.
기억에는 어떠한 사실 반, 감정이라는 철저한 주관의 색 반.
같은 기억이라도 어떨 땐 아주 파랗게 어떨 땐 아주 빨갛게 색을 발한다.
고작 반 인 색 뿐일지라도 전체를 물들이기에, 신뢰받지 못하며 또 혼란하다.
기록은 심플 기억은 테러블 이랄까.
지극히 기억에 기운 투명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지만, 신뢰받지 못하며 또 혼란한 삶 이지만,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감정의 색이 한 스푼, 두 스푼, 반이나 들어가 사실을 사실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관의 색이 사실을 침범하고도 침식해 내게 남은건 알량한 내 주관 뿐인 삶 이지만.
심플하기 보다는 테러블하게 오늘을 보내고 또 내일을 보낼테지만.
그냥, 기억에 기운채 빨갛게 파랗게 살겠다.
오늘도 내일도 그 내일의 내일도 투명할 뿐인 삶 보다는, 오늘도 내일도 결국은 무슨 색이 될 지 궁금한 삶이 조금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어제는 늦은 오후 노을을 닮은 짙은 주황 이었는데 오늘은 진한 먹색 이었다고, 어느 7월은 청량한 파란색 이었고, 너와 헤어지던 그 어느 날은 진한 미련의 색 이었다고. 그렇게 색색깔로 찬란하게 물든 삶이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가끔 온전하고 자주 혼란할 무수한 기억의 내일들이 기다려진다.
아름다운 그림은 아름다운 일 색 으로만 그려질 순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저마다 발하는 모든 색들을 사랑할 수 있다.
내 어두운 감정들도, 내 알량한 주관들도. 결국은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이기에.
-감정과 주관이 침식한 기억이, 기록보단 따뜻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색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