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몹시 아팠다.
아픈 와중에 집에만 있을 순 없다 싶어 집 근처를 조금 걸었다.
맑은 하늘과 시원한 공기, 따뜻한 햇살 같은 아름다운 것들과 어우러진 세상은 다른 날보다 특히 더 아름다웠다. 분명.
슬프게도, 몸이 안좋아서인지 곳곳의 아름다움들을 모른채 지나쳤다.
분명 곳곳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알아차리려 하지 않고 모른채. 아픈 몸에 덕지덕지 걱정과 화 따위의 것들만 묻혀 그렇게 지나쳤다.
오늘은 한결 나았다.
어제와 같은 시간에 같은 거리를 걷는다.
나를 제외하고,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참, 몹시도 아름다웠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파랬고, 바람과 함께 거리를 훑고 지나는 낙엽들의 노래는 마음을 평안케 했다. 가지 사이로 번지는 햇살들이 눈부셨고 그 사이 발걸음이 행복에 눈물겨웠다.
달라진건 한결 나아진 나의 몸 뿐인데, 전부가 변했다. 그것도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혹시 내가 몹시 앓다가 죽을 운명이라면,
죽는 그 날 단 하루, 그 하루 만큼은
한결 나은 하루이길 깊이 소망했다.
무자비한 고통들 대신에 세상의 아름다운것들을 조금 더 안고 갈 수 있기를.
그러면 그동안의 고통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될테니,
아름다움속에 아름다운 세상을 살았다- 하고 눈 감을 수 있기를 진정 소망했다.
생의 마감 따위 보다,
그 생의 아름다움들을 모른채 지나치는 것이 더 슬픈 일 이다.
나를 포함한 당신들이,
부디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길.
건강하세요- 라고 전하는 그 의미는 어쩌면 이런 소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