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날의 일기에 '나다워 지자!' 라고 쓴 적이 있다.
내 손으로 내 생각을 써 내려가면서도 어딘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 치이면서 이런저런 나 답지 않은것 같은 모습들에 실망하여 '나다움' 을 결심했지만, 일기에 지난 날들을 반성하며 '나다움'을 꾹꾹 눌러 다짐했지만, 정작 '나다움' 이 뭔지 몰랐다.
며칠간을 도대체 나 다운게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난 누구를 만날때는 목소리까지 높여대며 수다스럽기도 했고, 누구를 만날때는 속삭이듯 대답밖에 하지 않기도 했다. 어느 모임에서는 리더 였고, 어느 모임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청중 하나 일 뿐이었다. 한없이 다정하기도 했고 한없이 매정하기도 했다. 말을 또박또박 잘 하기도 했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어눌하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기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게으르기도 했다. 작은 공감에 눈물 흘리기도 했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사이 무덤덤하기도 했다.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했으며 듣기도 하고 듣지 않기도, 말하기도 말하지 않기도 했다.
무엇이 나 다운것 이란 말인가.
어쩌면 '나다움'은 그저 이상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결국 되고자 하는 나의 모습. 내가 가장 우러르는 나의 모습.
더 이상 '나다워 지자!' 라고 다짐따위 하지 않는 나의 모습.
내 이상은 저만치 있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해서, 그래서 괜히 '나다워 지자!'고 위로 하는건 아닐까.
나는 사실 저만치 이상에 있는 사람이니까, 언제든 이상의 내가 될 수 있다고. 그렇게 스스로 위로 하는건 아닐까. 생각하다 보니 '나다움'을 다짐하던 숱한 '나' 들이 참 애틋해진다.
욕심이 있는 한 이상이 될 순 없다.
욕심을 버리고 이상을 버리고 나다움을 버리자.
그저 모든 날이 나고 모든 때가 나일 뿐이다.
모든 나를 사랑함으로써, '나다움' 이라는 욕심 따위 품지 않길.
괜한 어느 날, '나다워 지자!' 라는 다짐따위 쓰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