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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Jan 04. 2023

자취방 속 나들

맥주 한잔 기분 좋게 하고 들어왔다

뭐 취해서 그런건 아니고.

가만히 자취방을 본다


곳곳에 내가 보인다

얻어 온 맥주를 가지런히 정리 해두는 나

편의점에서 싼 과자를 발견해서 덜컥 사와놓고 한켠에 소중히 모셔둔 나

이가 안맞아 낑낑 대며 선풍기를 조립하던 나

톱밥 조심히 털어가며 헹거 조립하던 나

길거리 술집에서 사은품으로 받아온 모자를 뿌듯히 걸어두는 나

빔프로젝터 처음 샀을때 너무 좋아서 혼잣말로 신나하던 나

모든 내가 사랑스럽다


전혀 몰랐는데, 이제야 보인다

이 공간에 썼던 내 소중한 시간들이.

이 자취방에 쏟았던 내 예쁜 마음들이.

온갖 설렘을 품었던 그 내 표정들이.


기록해두고 싶었다.

뭐 취해서 그런건 아니고.

잊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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