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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준혁 Dec 29. 2022

혼란과 공허속의 나 에게

혼란했다.

말 그대로 혼란스런 매일을 보냈다.

무언가 매일 하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분 이었다.

매일 정신없이 바빴지만 매일 정처없이 공허했다.

술이나 마시면 잊혀질까 분위기에 취해 흘려 보내볼까 번화가를 거닐어 보기도 술에 취해 보기도 했다.

무엇을 하든 공허했고 그로 인해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어떠한것이 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문득 책이 읽고 싶어졌다.

뭔가 하고 싶은것이 생긴게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그게 책 이라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다.


여러 카페를 돌아다녔다.

가방엔 책 한 권이 있고 사람 없는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손님이 한명도 없는 카페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 흔한 문 종소리도 없다.

카페지기 한 명, 고양이 한 마리 가 전부 였다. 카페지기도 고양이도 아무 말이 없다. 음악도 없다.

우주의 도움인지 하루종일 울려대던 휴대폰도 조용하다.

이 고요함이 좋았다. 천장이 낮았지만 넓은 창으로 자연광이 넉넉히 들어왔다.

행복했다.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행복했다. 오랜기간 혼란했던 마음이 잊혀졌다.


나를 평안케 하는 것. 나를 공허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것은 이런 것 이었다.

말 없는 카페지기와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책 한 권. 그 속의 고요.


책에서, 우리 머리속에 떠오르는것들은 그저 생각일 뿐 진실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혼란과 공허를 잊기위해 했던 많은 것들은 그저 생각일 뿐 진실이 아니었다.

나를 혼란케 했던, 공허하게 했던 모든 떠오름들 역시 그저 생각일 뿐 진실이 아니다.


나를 평안케 하는 것.

알면서도 자꾸 잊게 되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책을 덮고, 카페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시 혼란과 공허속에 빠질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다시 평안케 하는 것을 찾을 것 이고, 다시 행복할 것 이다.

그저 생각을 생각인채로 두고,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혼란과 공허의 시간은 조금씩이겠지만, 분명히 줄어들것 이다.



훗날의 내가 혹은 누군가 당신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바란다.

진실이 또 흐릿해졌더라도,

문득 책이 읽고 싶어지는 날 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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