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기

by 레인
나는 미래를 꿈꾸는 사람인가, 현재를 살아내는 사람인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인가. 은유를 사랑하는 반면, 정확하게 수치화하는 것 역시 못지않게 좋아하는지라 조금 낭만 없게 표현하자면, 3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6의 현재를 성실히 살아내고, 가끔은 1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바람직한 비율일 거라 여긴다. 그런데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그간 나는 꽤 과거에 매여 살았구나 싶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삶을 이루는 가장 큰 두 주축은 경제활동과 사랑일 텐데, 두 영역에서 참 성실히도, 치열히도 살았기에 예측하고 계획했던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현재를 걸으며 자꾸만 과거를 회상하고 한숨을 뱉는 걸까. 그게 영광이 됐든, 상처가 됐든 과거에 머무는 건 어떠한 발전도 따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삶이란 불완전함 속에서 순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문득 깨달았다면, 이제는 시선의 각도를 의도적으로 바꿔볼 때. 모든 시작은 아는 순간이 아니라 행하는 순간이므로.
키워드로만 분류해도 자퇴, 전공 변경, 사회복지사(지역사회, 노인, 노숙인), 요식업, 백화점, 아울렛, 카페, 이혼까지 평범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과거들이 모여 지금의 나라는 존재를 이룬 것이나, 결국 다 지나간 일들이지 않은가. 이렇게 애쓰며 살아왔는데 왜 내 인생은 큰 나아감 없는 제자리걸음일까, 한탄해 봤자 달라질 건 없다. 남들보다 많은 순간들을 경험했으니, 그만큼 삶을 주체적으로 성실히 살아왔다는 방증이니 그걸로 된 거다.
앞으로의 삶 역시 어떤 형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이 불완전은 분명 저주보다는 축복에 가깝기에 나는 다시금 순간을 발견하며 지나간 것들에서 눈을 돌려 미래에 소망을 두고, 현재를 단단히 다져나가 보려 한다. 정립된 자신만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늙어가는 노인이 될 수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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