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카페에는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사람이 없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위해 조금 이른 트리의 불빛과 캐럴이 반짝인다. 어김없이 겨울이, 연말이 찾아오고 있다.
하필 이란 표현이 맞을까. 집어 든 책의 내용은 심리학적으로 부모와의 관계, 연인 관계와 상실을 대하는 자세 등에 관한 것. 대학에서 수박 겉핥기로 인간의 심리에 대해 배울 때 나는 이 책의 작가처럼 부모님의 양육에 관해, 지나간 연애와 이별로 인해 무너졌던 감정에 대하여, 그래서 형성된, 반복된 내면의 문제를 홀로 탐구하곤 했었다.
여전히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상태의 사람이지만, 몇 년 내로 사십이란 나이를 맞게 될(그간 무얼 했다고 벌써…) 이제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과거의 아픔과 원망의 찌꺼기들이 모두 정리되고, 다가올 어떤 상황에도 수용적 태도로 묵묵히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차가워진 공기만큼 마음의 공허 역시 깊어지는 계절이다. 사실 외로움이란 감정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겠으나, 그 감정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풀어내는 내가 변한 것.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까다로운 시골이라는 환경, 큰 상실 후의 새로운 관계, 감정에 대한 두려움 이런 것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서로를 알아볼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이 외로움을 잘 다독여 깊이와 성장으로 치환해 내려 애쓸 뿐.
이제는 명확하게 안다. 취향과 성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랑은 자신의 행복만큼 상대의 행복을 존중하는,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만큼 자신의 행복도 들여다볼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은 쌍방, 상호작용 속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으냐는 물음에 배려가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사람이라 답하고, 이내 나는 그런 사람인가 돌아본다.
저녁이 조금 깊어지자, 가벼운 술자리를 찾아온 손님들로 가게는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화 소리가, 음식을 조리하는 맛있는 냄새가, 여전히 울려 퍼지는 캐럴이, 트리의 불빛이 점점 따뜻해진다. 사람은 역시 사람끼리 어깨 기대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가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이들의 연말이, 마음이 따뜻하기를 기도하며 차가운 거리로 나선다. 밤하늘에서는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