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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Mar 13. 2022

추함의 즐거움 - 다니엘 아샴 도쿄 개인전

이것이 진정 아트 인가?

다니엘 아샴의 작품에서 감흥을 받은 적은 없지만, 화려하기로 소문난 그의 전시회는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 관람해 본 그의 개인전은 놀라웠다. 

이게 예술이라고?

도쿄 갤러리 난주카 언더 그라운드

다니엘 아샴 개인전

Daniel Arsham × Pokémon

A Ripple in Time

February 12 (Sat.) - March 27 (Sun.), 2022

NANZUKA UNDERGROUND



다니엘 아샴 전시가 도쿄의 5곳에서 열리고 있다. 두 곳을 제외하고는 팝업 스토어 성격의 전시인데 지난주 메인 전시장인 도쿄 탑 갤러리 중 한 곳인 난주카 언더그라운드 Nanjuka Underground를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일본을 비롯 글로벌적인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 포켓몬을 주제로 한 전시이다.


먼저 난주카 언더그라운드에 전시 중인 작품 몇 점을 보면



포켓몬을 만화로 본적도 게임으로 해본 적은 없어도 캐릭터는 눈에 익어서 뭔지는 알겠으나 도대체가 이게 예술 작품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포켓몬들을 파내고 구멍을 뚫어 Future Archology를 한답시고 크리스털인지 뭔지를 쑤셔 넣은 걸 보니 소름이 확~ 




이미 존재하는 캐릭터를 피규어로 제작하여 조금 가공 후 에디션도 없는 장난감이 3백만 원! 

게다가 석고상으로 재현하다 보니 조형물의 질감이나 형태가 조잡하고 다니엘 아샴의 특징인 회백색을 입히니 이건 뭐 포켓몬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조형물과 함께 원화도 전시 중이었는데 만화의 장면을 실제 캔버스로 옮긴 작품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작품이건만, 작품 가격을 알고 보니 ….

어이 상실! 

약 2억 원.




그래도 다니엘 아샴의 스케치는 천재적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날 그의 드로잉을 실제로 보기 전까지만....

홍대 앞 대입 미술 학원에 가면 이보다 우수한 드로잉이 지천에 널렸거늘…

작품 가격은 3천만 원이 조금 안 하는데 이 돈이면 살 수 있는 젊고 좋은 작품들이 수두룩하건만...


그의 대표 작품인 그리스 로마의 인체 조각품들을 실제로 보면 마음이 달라 질지 모르겠지만, 이번 포켓몬전은 정말이지 발품 팔아 전시회를 찾아간 것에 후회가 느껴질 정도였다. 




성공한 작가 다니엘 아샴

나의 이런 생각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는 자~알 나가는 인기 작가이다. 

소속 갤러리(PERROTIN)도 그렇고, 두세 차례의 뮤지엄 전시(대규모 개인전은 아니지만)를 포함한 글로벌적인 개인전, 옥션 시장에서의 판매 기록이나, 스타작가, 기업들과의 콜라보 등을 보면 그는 현재 성공한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IKEA와의 콜라보 작품



한 예로 작년 한정 판매한 IKEA와의 시계 콜라보 작품은 금세 솔드아웃되어 온라인에서 살짝 웃돈까지 얻어 거래되고 있다. 


또한 이날 포켓몬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열기도 상당했다. 내게는 정말이지 전람회의 감흥이라고는 1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전시였지만, 포켓몬을 사랑하는(어려서부터 보며 자라왔음직한) Z세대로 보이는 관람객들이 끊이질 않고 들어와 쓰고 이~(굉장해)를 연발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관람들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미(美)와 추함 사이

롯폰기 모리 타워 주변 - 사진 time out Tokyo

다니엘 아샴의 포켓몬 조형물이 잠시 동안 롯폰기 모리 타워 주변에 전시된 것을 보며 "예술을 빙자한 저급한 장난"이라고 말하는 한 일본의 미술 관계자의 포스팅을 본 적이 있다. 뭐 파인 아트를 아끼는 미술 애호가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나 역시 그의 전시를 보고 어의를 상실했지만, 다니엘 아샴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 모으며 전시회를 찾아 기쁨을 만끽하는 인기 작가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같은 예술 작품이 미(美)가 되기도 하고 추함이 되기도 하는 것 또한 아트를 바라보고 즐거움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상, 추함의 즐거움이 흘러넘치는 다니엘 아샴 도쿄 포켓몬전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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