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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Apr 03. 2022

미래의 스타를 찾아 도쿄 VOCA展 2022


일본 컨템퍼러리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모전은 VOCA( Vision of Contemporary Art)라는 행사다. 일본 대형 보험사인 다이이치 라이프 그룹에서 후원하는 이 공모전은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년 일본 현대미술계의 스타를 배출하기로 유명하다.


이곳 출신 중 내가 아는 아티스트만 해도 돈 싸 들고 징징거려도 작품 받기 어려운 에가미 에츠(Egami Etsu), 이마이 울랄라(Imai Ullala) 등의 인기 작가와 얼굴도 그림도 예쁜, 이머징 아티스트 나나에 미토베 (Nanae Mitobe)가 있다.

올해는 어떤 작가들이 선정되었을까? 미래의 스타가 될지도 모를 아티스트를 찾아 전시회를 다녀왔다.


우에노 공원, 모리 미술관


전시장은 도쿄 우에노 공원 내에 위치한 우에노 로열 뮤지엄, 마침 벚꽃 시즌이어서 주변이 온통 핑크빛, 마음은 이미 콩밭으로 가있지만 일단 전시장으로.




1. 대상 - 가와우치 리카코(Kawauchi Rikako)

VOCA賞 川内 理香子「Raining Forest」油彩、カンヴァス227.3×363.6×6cm


대상인 VOCA 상의 영광은 카와우치 리카코의 "비 오는 숲"에 돌아갔다.


3미터가 넘는 대형 작품이 가장 좋은 자리에 걸렸는데 색이며 소재, 그리고 강한 터치가 넓은 전시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캔버스의 바탕을 여러 색으로 오버랩하여 그려질 소재에 맞게 칠한 후 그 위에 나이프를 이용해 선으로 소재를 그려 넣고 색을 덧칠하는 방식의 작품이다.

작품의 중앙인 숲에는 맹수가 한 마리 자리해있고 주변으로 동식물들이 알파벳과 함께 작은 크기로 곳곳에 새겨 넣어진 듯 그려있다. 꽤나 어려운 생각을 품고 있을 만한 작품 자체에서 품어져 나오는 포스가 엄청나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작가는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아트 페어 도쿄 2022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스인 Waiting Room 갤러리 소속이며 실기 교육을 엄청 중요하게 여긴다는 타마미 예술 대학 출신이다. 카와우치 리카코는 이미 일본 미술계에서는 작품성을 인정받아오고 있는 작가인데 이번에 중요한 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니 평단에서의 평가가 컬렉터들에게 어떻게 옮겨갈지 주목해 볼 만하다.



테라다 아트 어워드 2021의 가와우치 리카코의 작품


내가 처음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한 것은 작년 12월 테라다 아트 어워드 2021(TERRADA ART AWARD 2021)에서였다. 이 공모전에서는 대상은 아니지만 최종 5명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언젠가 소품 이리도 집에 걸어보고 싶은 작가 리스트에 추가.


https://www.instagram.com/rikakokawauchi/?hl=en




2。장려상 - 아키 콘도(AKI KONDO)

VOCA奨励賞 近藤 亜樹「ぼく ここにいるよ」アクリル、木製パネル194.5×162.5×5cmが2枚


장려상의 작품은 30대 중반의 아키 콘도(AKI KONDO)에게 돌아갔다. 작품명은 "나 여기 있어요" 

이 작가는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작가로 일본의 1군 갤러리인 슈우고 아츠 소속이다. 


100호 가까이 되는 대형 작품 두 점이 하나의 작품으로 왼쪽 소년이 환한 웃음을 자아내고, 그의 행복한 기억이 소환되게 해줄법한 여러 가지 소재들이 오른쪽 작품에 그려져있다.

"현대 미술은 도통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소리가 쏙 들어가게 하는 쉽고 보기 편한 작품이다. 음악으로 치면 6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Bubble Gum Music처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스타일은 다르지만 "나를 둘러쌓고 있는 일상의 소재들이 내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라는 측면에서는 조나스 우드(Jonas Wood)와 비슷하기도 하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 바둑이, 화사한 꽃들이 경쾌하게 그려져 동화적인 분위기에 마음이 포근해지기도 한다. 

잘나가는 중견 작가의 기본기를 운운하면 주제넘긴 하지만, 스케치와 색의 사용 그리고 붓의 움직임에 있어 단단히 다져져 있지 않으면 그릴 수 없는 좋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VACA 전이구나~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한 점 소장의 욕심이 생겨나는 작가.

https://www.instagram.com/akikondo_painting/?hl=en






3. 가작상 - 시오로 호리에(Shiori Horie)

VOCA佳作賞 堀江 栞「〈後ろ手の未来〉#2、〈後ろ手の未来〉#3、〈後ろ手の未来〉#4、〈後ろ手の未来〉#5、〈後ろ手の未来〉#6」岩絵具・膠、綿布・和紙・木枠194×60


6명의 수상자 중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작가는 1992년 생의 젊은 여류 작가로 타마비 예술대학 일본화 전공 출신 작가이다. 작품을 처음 보고 관속에 누워있는 눈뜬 송장 같아 좀 놀라긴 했는데 일본화 기법으로 그려낸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화풍이 꽤나 매력적인 그림이다. 

시오로 호리에(Shiori Horie) - 작가 인스타그램


작가를 좀 알아보다 재미난 점을 찾았는데 시오로 호리에는 유화 물감에 필수로 들어가는 유기용제에 알레르기가 있에 유화물감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서양화에서 일본화로 전향을 했고 이번 VOCA 전에서는 인터뷰도 밖에서 하고 시상식 때만 잠시 들어갔다 나와 전시장 외부에 머물렀다고 한다.


흠~화가가 유화 물감에 알레르기가 있다니? 고소 공포증의 파일럿보다는 상황이 나아 보이지만, 특이한 이력이다. 


아직 소속 갤러리는 없어 보이는데 VOCA에 입선하면 의례 좋은 갤러리로 픽업이 되곤 하니 곧 개인전 소식도 접하기를 기대해 본다. https://www.instagram.com/horieshiori/





4. 아차상


마지막은 아차상으로, 작품명은 “사라진 몸둥아리”

술이 걸~죽 해져 잠자리 들기 전 벗어논 옷, "나도 예술 한다~"라며 술 주정을 부린 듯. 아침에 깜놀!



전시는 800엔으로 유료임에도 관람객이 꽤 있었는데 VOCA의 인지도가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도쿄에서는 유명 미술관 전시부터 대학교 졸업 전시회나 이런 공모전 전시 등에도 관람객들이 많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생활 미술이라고나 할까, 전시가 많이 보편화되어 꼭 컬렉션을 하지 않아도 좋은 전시에 발걸음을 하여 아트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기 좋다. 


좋은 그림을 바라보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이상 일본 미술 시장의 새로운 스타를 찾아 나선 VOCA 2022리뷰 오와리. 


P.S 우에노 공원의 벚꽃은 만개, 우리는 만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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