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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May 21. 2022

멋진 늙음, 오케타 컬렉션 展

저 노부부는 누구?


2018년 10월 하라주쿠에서 열린 SBI Auction의 프리뷰 때의 일이다. 당시 옥션은 그 해의 메이저 옥션으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출품되었고 장소도 하라주쿠의 넓고 핫한 공간을 빌려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입장객들에게는 모엣 샹동 샴페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신나는 파티였다.


마누라상과 나도 맛나는 샴페인을 즐기며 작품과 파티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SBI의 직원분들이며 관람객들의 일부가 웅성웅성하더니만 누군가를 향해 90도 인사를 하며 공손한 인사의 말을 건넸다. 당시 아담한 체구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노부부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아마도 유명 미술관 관장이나 SBI의 회장 정도 되는가 생각하고 지나쳤었다. 


사진 - 美術手帖


이곳은 도쿄 모처에 있는 누군가의 집 현관이다. 정면에는 30호 정도 크기의 쿠사마 야요이 호박 원화, 좌우로는 이보다 더 커 보이는 인피니티 원화가 마주 보고 있다. 어름 잡아 70~80억 원쯤은 돼 보이는 현관이다. 


이렇게 자신의 현관을 쿠사마 야요이의 원화 작품들로 소박~하게 장식한 이들이 바로, 내가 2018년 SBI Action에서 '저 노부부는 누규?'하며 바라보던 노부부로 오케타 슌지, 세이코 부부(桶田俊二・聖子 夫妻)다. 두 분은 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 현재는 이런저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보다도 일본 미술계의 아트 컬렉터들 중 가장 돈이 많기로 유명한 사람들 중 일인이다. 물론, 일본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컬렉션들 중 반 고흐, 피카소, 바스키아등 세계 명작을 다수 컬렉션하고 있는 곳들도 있지만, 이분들처럼 동시대 미술을 다방면으로 컬렉팅하는 곳(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일본 갤러리, 작가들의 0순위 고객이다.




OKETA COLLECTION 展 2022 - THE SIRIUS


"일본 화단, 전문가들이 뽑는 미래의 스타 아티스트를 보고 싶으면 VOCA 展을 가보고, 아트 컬렉터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래의 스타 아티스트가 궁금하면OKETA COLLECTION 展으로~"


두 분은 5년 전부터 자신들의 아트 컬렉션을 대중들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오케타 컬렉션 展(The Sirius Oketa Collection)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장소는 도쿄 미나미 아오야마에 있는 Spiral Garden이라는 곳인데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장소에서 무료로 개방되는 전시이니 일본 동시대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도쿄 관광 일정에 참고해도 좋겠다.

일본의 미술 작가들에게는 오케타 컬렉션에 자신의 작품이 소장된 것은 영광 스러운 일로 SNS 등을 통해 자랑스럽게 홍보를 하기도 하고 매년 전시회 전후로 여러 매체에 기사화되기도 할 정도로 유명한 미술 행사이다. 


얼마 전 포스팅을 한 VOCA 전이 평론가들과 화단이 점찍는 될성싶을 작가들을 모은다고 한다면 오케타 컬렉션전은 컬렉터 입장에서 점찍은 싹수가 싱싱한 혹은 이미 뜨기 시작한 작가들을 모아놓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어떤 작가들이 오케타 부부에게 소장되는 영애를 누렸을까?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전시회 마지막 날 아오야마를 찾았다. 



1. YAMAGUCHI MEGURU(1984~ ) : 메구루 ~ 훨훨 날아다오!

올해 오케타 컬렉션의 주인공이며 내가 이번 전시를 고대하며 찾은 이유이기도 한 메구루 야마구치(Meguru Yamaguchi)에게 전시실의 가장 넓은 공간이 할애되었다. 


지난 9월 긴자 식스 츠타야 갤러리에서 열린 메구루 야마구치의 개인전에서 발표되었던 그의 대형 신작들의 대부분이 이곳 아오야마의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특히 중앙에 놓인 1미터 70센티의 조형물 Prominance No.1은 전시실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는데 이작품과 함께 발표된 에디션 작품 33점 중 한 점을 나도 소장하고 있어 더욱 멋저 보였다. 9월의 개인전 당시 이 대형 작품은 누가 소장하게 될까 부러워했었는데 유명 컬렉터인 오케타 부부가 소장하게 되었다니 내게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메구루 야마구치    PROMINENCE NO.1' / 2021 / Acrylic and UV absorber on PLA resin / 170 x 152 x74


사실 내가 그의 작품에 엄청난 감흥이 생겨서 컬렉팅 했다기보다는 쭈~욱쭉 올라가는 작품 가격을 보고 있을 때 운 좋게 소장 기회가 생겨 한 점을 집에 들이게 된 것인데 현시점으로서는 아주 적절한 미술 투자였다. 물론, 미술 투자가 뭐야? 하며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소장품들도 있으니 셈셈.


그런데 전시실의 작품 바닥을 무늬가 없는 흰색 바탕이나 대형 거울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작품과 같은 디자인 위에 올려놓으니 작품과 바닥의 경계가 모호해 혼잡하고 작품이 덜 돋보인다. 왜 저랬을까?




2. ERICA NAKA(1994~ ) : 개미가 계획을 세울 때, 자본가는 실행한다!

올 3월 아트페어 도쿄에서 SH Gallery 부스에서 보고 관심 작가 리스트에 넣었던  에리카 나카의 작품들도 올해의 오케타 컬렉션에 포함되었다. 한 점 갖고 싶다~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개미가 계획을 세울 때는 자본가가 이미 움직이고 난 뒤다. 쇼가나이~


개미 건 자본가 건 하여간 작품 좋다.





3. SHUN SUDO (1977~ ) : 중년을 불태우는 길거리 작가

다음은 이번 전시회의 최고령 작가로 슌 수도라고 하는 팝아트 작가다. 일본 미술계에서는 그라피티로 잘 알려진 아티스트로 아트 페어 같은 이벤트에서 즉흥 퍼포먼스를 자주 선보이는 작가이다. 원색 베이스의 색감에 꽃, 단추, 포니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펑키 한 작품을 꽤 그럴듯하게 그려내지만, 글쎄 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확보하기에는 먼가 6.53421% 정도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4. NAOYA INOSE (1988~ ) : 미술계는 어느 나라나 좁군!

미술계, 참 좁다!라는 말은 자주 실감 난다. 


이날 이 작품을 보고 '유행에 민감한 오케타 컬렉션에 이런 작품이 다 픽업 되었군!'하며 꽤 보기 좋은 작품을 눈여겨 감상하였는데 당시는 작가의 이름도 읽지 않고 지나쳤었다



잠시 다른 전시회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리고 이 전시를 보고 며칠 후 긴자의 THE CLUB라는 곳의 한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하여 작가를 만났는데 바로 오케타 컬렉션에서 열심히 바라보았던 위 작품들의 주인공이네 글쎄. 반가운 마음에 한참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았다.


나오야 이노세라는 이목구비가 굵은 멋부리기 좋아하는 작가는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작가 이력에 비해 작품 가격이 다소 비싸다.


Worth og God

Oil on Linen, 2021

70 x 100

¥ 2,950,000



Oil Sketch of Utopia

Oil on Linen, 2021

20 x 30

¥ 750,000


작품은 나쁘진 않지만 작품 가격이라는 것은 작가의 전시 이력과 경력, 수상 등의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작품 가격을 보고는 놀랄 정도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나 갤러리가 들으면 "사지도 않을 거면서 거 참 말 많네"할지도 모르겠지만...






5. RIKAKO KAWAUCHI(1990~ ) : 2020 VOCA 展 대상, 이제는 인기 작가로


지난번 포스팅했던 VOCA 2022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리카코 카와우치의 작품도 이번 오케타 컬렉션에 선정되어 좋은 자리에 2미터 크기의 대형 작품이 걸렸다. 이제는 인기 작가가 되어 여기저기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VOCA 전의 영향력은 무시 못 할 듯.

역시나 강렬한 자극을 주는 그녀의 작품이지만 작품명은 Make Your Self at Home으로 가정적(?) 인 제목이다. 

한편, 작품 한편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도 재미나다. 

"HONEY, WATER and BLOOD" 




https://www.instagram.com/rikakokawauchi/





6. ATSUSHI KAGO(1978 ~ ) : 오케타 컬렉션에 빠질 수 없는 인기 작가

일본의 중견 작가 아츠시 카고, 작품 가도 높고 두터운 컬렉터층을 가지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로 줄리안 오피의 일본 에이전시로 유명한 MAHO GUBOTA GALLERY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 등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인기 작가인데 아직, 한국서는 전시나 활동 경험이 없는듯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여기서 보니

"오케타 컬렉션에 선정되어 유명 작가가 된다."보다는 역시 "오케타 컬렉션에는 유명 작가만 선정된다."

라는 느낌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https://www.instagram.com/kagaatsushi/




7. MOE NAKAMURA(1988~ ) : 인기 많은 여류 목조각 아티스트

역시 참신함보다는 유행의 기류에 편승하는 오케타 컬렉션답게 유명 목조각 작가인 나카무라 모에의 작품이 다수 선보였다. 


일본 미술 시장의 세부적인 기류의 특징이라고 하면 목조각 작가 군이 두텁다는 것을 하나 꼽을 수 있는데 원로, 중견 작가 이외에도 고이즈미 사토루(Koizumi Satoru), 요시마사 츠치야(Yoshimasa Tsuchiya), 카네마키 요시토시(Kanemaki Yoshitoshi) 등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인기도 상당하다. 이들의 작품들은 세컨더리 마켓에서까지 활발히 거래가 되고 있는데 이는 아트 컬렉터 저변의 역사와 계층이 넓고 캐릭터들 좋아하는 일본 문화 특징이 파인아트의 미술에까지 확대된 것이 아닌가 싶다. 


위 작품의 주인공인 모에 나카무라는 일본의 인기 목조각 작가 중 보기 드문 여류 작가로 히라코 유이치의 작품 속 인물과 흡사한 나무를 뒤집어쓴 캐릭터를 주요 테마로 하여 작품을 만드는데 현대 사회의 고독과 인간성, 물질 만능주의 같은 널리고 널린 이야기들을 작품에 담아낸다고 한다.


https://www.instagram.com/moenakamura_art/



8. IBUKI MINAMI : 또 한 명의 믿기지 않는 곰돌이 아티스트

이번 오케타 컬렉션 전시회 내내 '나오야 이노세외에는 못 보던 작품들이 없네~'하고 있을 즈음 처음 보는 작품이 보인다. 


추상화로 밝은 색을 활용해 도형들을 계산적으로 배치한 듯 보이는 것이 참신하니 좋아 보인다. 작품 캡션을 보니 1995년생의 젊은 게 아닌 어린 작가의 그림인데 어딘가 일본의 화풍 같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추상화는 뭔가 잘 트레이닝이 된듯한 정갈한 여백과 인기 맛집에 늘어선 줄마냥 질서 있는 면과 선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부키 미나미라는 친구의 화풍은 정돈된 질서보다는 무질서에서 질서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유로움의 기분이 느껴진다. 요즘 젊은 작가치고는 보기 드문 화풍이다. 




재미난 것이 전시회를 보고 난 이후의 일인데 나오야 이노세라는 작가가 마누라 상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기 시작하더니 인사말과 자신의 정보와 개인전 안내에 관한 메시지를 열심히 보내왔다. '참 적극적이고 세일즈의 노력까지 부지런한 재미난 작가'다 생각하며 그에 관해 좀 찾아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엄청나게 캐릭터스러운 외모다. 미워할 수 없는 곰돌이 캐릭터? 이런 외모와 이런 작품들, 정말 적응이 안 되지만 흥미롭기 그지없다.


센프란시스코 AAU를 졸업 후 작가 활동을 시작했는데 작품 스타일이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최근 급변하여 현재의 화풍에 이른 것이 흥미롭다. 캘리포니아 팝아트의 경쾌함이 살짝 묻어나는 젊은 추상화라고나 할까? 


관심 작가로 등록....

https://www.instagram.com/ibukiminami_art/




9. NANAE MITOBE(1988~ ) : VOCA 출신, 이미 유명 작가

이외에도 VOCA 展 출신으로 이미 인기 아티스트인 나나에 미토베의 대형 작품도 전시되었다.


이상 오케타 컬렉션 2022에서 눈에 띄는 작가 몇 명을 리뷰해 보았는데 뿌듯한 컬렉션인 야마구치 소이치와 곰돌이 캐릭터 작가의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부키 미나미군의 발견이 기분 좋은 전시였다. 




노부부에게서 닮고 싶은 것

작년 쿠마 겐고의 오프닝 파티에 참석했다가 영광스럽게도 오케타 부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본태 박물관을 두 분에게 소개했었다. 언젠가 오케타 컬렉션의 첫 해외 전시로 본태 박물관 - 오케타 컬렉션전을 기획해 보고 싶다. 


두 분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일본 경제계의 자본가들이다. 또한 젊은 작가들을 아낌없이 후원하는 미술 애호가이며 일본 미술계에서 손꼽히는 아트 컬렉터이자 작품을 사고파는 미술 투자자이기도 하다. 부러운 것이 많고 닮아가고 싶은 노부부이다. 


하지만 그들을 뵐 때마다 가장 닮아가고 싶은 게 따로 있긴 하다.

항상 수수한 차림과 꼭 잡은 두 분의 손들,,,, 멋진 늙음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오케타 컬렉션! 조만간 보다 좋은 소식을 다시 한번 전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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