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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Jun 16. 2022

2011. 01 18 - 2022. 06. 11


2011년 1월 18일부터 2022년 6월 11일, 반려견 머니가 충분하고도 과분한 행복과 기쁨을 우리에게 충실하게 주었던 시간들이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밤, 그 포근하고 향기롭고 갸날프던 머니의 작은 숨이 멈추었다. 


토요일 아침 생신을 맞은 장모님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머니가 전 날 밤 응급실에 실려갔고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우리에게 전화를 하신다고. 울음 반, 이야기 반에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서둘러 전화가 끊어졌다. 그 후로 몇 시간을 꾹 참다 장인께 전화를 하고 나서야 머니가 아주 많이 아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 되도록 밥도 간식도 먹지 않고 우울하게 있던 머니가 안쓰러워 장인께서 산책을 데리고 나가 땅에 내려놓은 순간, 입에서는 커다란 거품이 쏟아 저 나오고 온몸에 심한 경련을 하며 쓰러졌다고. 

야간 진료를 하는 동물 병원을 수소문해 데려가는 길고도 길었을 시간, 차 안에서도 경련과 몸부림은 멈추지 않았고 대소변까지 그대로 나올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병원에 도착해서 긴급 처치를 받고 커다란 주삿바늘을 꼽고 있지만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고.


아내와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서로를 다독이며 애써 티브이도 보고 청소도 하고 인터넷도 해보며 불안을 시간에 의지해 보았다.


도쿄의 하늘로 검은 구름이 몰려들던 저녁 시각, 장인의 카톡 벨 소리가 천둥번개 소리처럼 울려댔다.

병원에 왔는데 머니가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고 안락사를 결정했으니 우리에게 동의를 구한다는 소식이었다. 울먹이다 끝까지 말씀을 전하지 못하신 채 무어라 알아듣지 못할 말씀을 작게 하시고는 전화가 끊겼다. 

이때가 멀리 바다 건너 5G의 전파상이라도 우리가 머니와 잠시 같은 공간에 머무른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검은 구름을 모은 도쿄의 하늘은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머니야~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부디 뒤는 돌아보지 말고 너를 닮은 새하얀 뭉게구름을 쫓아 총총 달려가렴

사랑하는 엄마, 아빠, 언니, 오빠가 보고 싶어도 꼭 참고 네 갈 길을 가야 한다.



아침에 네 소식을 듣고 언니와 함께 마음의 준비를 했어.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인터넷도 하며 시간을 보냈어.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았지만 네 모습이 떠나질 않더라. 

몇 시간을 망설이다, 오빠의 이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미 많이 지쳐있을 너이지만 힘내라고 기도를 해봤어. 병원 근처만 가도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던 네가 병원에서 영영 잠이 들까 봐 조금만 힘내서 집에 가서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기어 잠이 들자고 조금만 힘내 보라고. 


머니야 네가 좋아하던 집에 있는 소파처럼 꾸며진 곳에서 편하게 잠들었다는 문자를 보았을 때 즈음 야속하게도 도쿄의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더라. 

언니와 부둥켜안고 엉엉 한참을 울었어. 보고프던 너를, 4년이나 못 보던 너를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쉽게 울음이 멈추지 않더구나. 그래도 언니 오빠가 우리 머니 잘 가라고, 보고 싶었다고, 미안하다고 큰 소리로 인사했어 네가 들을 수 있었다면 좋겠구나.


머니야 어제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11년 전 너를 데리고 오지 말았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나더라. 미안해. 하지만 금방 다시 생각이 바뀌었어. 네가 그 동안 우리 가족에게 주었던 행복과 기쁨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이런 눈물쯤이야 얼마든지 흘려야 한다고.

그리고 오후에는 절에 다녀왔어. 한국에서 머니랑 같이 갔던 통도사나 불국사처럼 큰 절은 아니지만 언니, 오빠 집 근처 작은 절에 가서 부처님께 기도했어. 우리 머니 극락에서 만나면 많이 이뻐해 주시라고. 머니야 너 무지개다리 건너 부처님을 보게 되면 어찌해야 하는지 오빠가 얘기 안 해도 알지? 얼른 달려가서 네 필살기인 꼬리 흔들기와 살인 미소를 무차별적으로 부처님께 날려서 귀여움을 독차지해야 한다.


머니야 네가 이렇게 떠나는 것을 보니 죽음이란 건 우리 모두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죽음 없이는 우리의 삶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잊고 지내던 사실이 다급하게 오빠 마음에 자리 잡는구나. 

네 생각에는 우리가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니? 너는 우리에게 언제나 항상 아가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어쩌면 네가 우리보다 먼저 이 궁금증에 관한 답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머니야 머니야 어디쯤 가고 있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가 이곳에서 너를 위해 많이 기도하고 울어줄 터이니 그리고 네 작은 숨소리와 따스함을 오래오래 잊지 않을 테니 그러니 부디 아쉬움, 서러움 내려놓고 뭉게구름 따라 총총걸음으로 네 갈 길 잘 가다오.


넌 완벽한 아이야. 많이 보고 싶었어.

안녕 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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