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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Aug 14. 2022

 도쿄 국립 신미술관 15주년 기념전 - 이우환



국립 신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이우환의 관계항-Escargot
사진 - 美術手帖


BTS만 한류의 깃발을 휘날리는 건 아니다. 방탄 아이들의 천사 같은 꽃 미모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외모를 하고 있지만, 노장 이우환 화백의 깃발도 소리 없이 아우성치며 한류를 펄럭이고 있다.

도쿄의 한복판 롯폰기, 국립 신 미술관 개관 15주년 특별전의 전시명은 그의 모노하의 기본 개념인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 했는지 전시명이 수식어없이 '이우환'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17년, 도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이우환의 뮤지엄 전시는 60년대 초창기 작품부터 2022년 최신작까지를 망라한 회고전으로 작가 자신이 기획과 전시 구성을 스스로 맡았다.


Lee Ufan

15th Anniversary of the National Art Center, Tokyo

August 10(Wed) - November 7 (Mon), 2022


전시 첫날 오전 부지런을 떨며 이우환전을 찾았다.

반년 이상을 기대해왔던 전시라 조금 만족도가 낮을수도 있으려나~ 생각도 했었지만, 거장 이우환은 이런 틈을 용납하지 않았고 자신의 전시를 긴장과 사색이 가득  여백으로 채워 넣었다.




드디어 실물 영접!

2014년 프랑스 베르샤유 궁전에서 열린 개인전 당시 선보여 이우환의 존재를 전 세계에 강하게 인식 시켰던

[관계항 - 아치 Relatim-The Arch]


작렬하는 8월의 태양 아래 우뚝 선 5미터 높이의 관계항-아치는 신국립 미술관의 야외 전시장을 신비의 기운으로 가득 채웠다. 작가가 일본 어느 시골의 숲길을 걷다 아치형으로 늘어선 나무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10미터 길이의 스테인리스 판이 길게 놓여 있고 중앙에 5미터의 아치, 그리고 아치의 좌우에 비슷한 모양의 대형 바위로 장식돼있다.


태양에 따듯하게 달궈진 회색빛 스테인리스 길을 천천히 걸어보며 연결되고 단절되는 관계항을 떠올려보았다.





[이번 전시는 야외 조형물 두 점을 제외하고 사진 촬영이 하락되지 않아, 이하 사진들은 美術手帖에서 발췌]

사진 - 美術手帖

깎고 다듬고 꾸미고의 조각이 아닌 물질의 본연 그대로의 예술!

이우환의 모노하를 잘 보여주는 다섯 장의 철판과 나무 기둥들로 꾸며진 설치작품 [관계항 I], [관계항 Ⅱ]





사진 - 美術手帖

작가의 유명 설치 작품 중 하나인 이 작품을 볼 때면 바위가 유리와 부딪치는 순간의 광경이 궁금해진다.





사진 - 美術手帖

뭔가 깊은 뜻을 품고 있는듯한 어려운 작품명을 하고 있는 [현상과 지각 B 개제 관계항] 1968/2022

단단한 철판의 육면체 사이를 뚫고 부풀어 오르는 흰색의 물질, 소재의 물성과 단단함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사진 - 美術手帖

조용한 전시실 한구석에서 달가닥~달가닥~하는 소음이 어디서부터인가 계속 들려왔는데 그 소리의 근원은 [관계항 - 거처 B]라는 작품이었다. 바닥에 깔린 검은 돌이 고정돼있지 않아 관람객이 위를 걸으면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낸다.

관람객이 작품 위에 올라서 공간과 작품이 유동성을 느끼며 관람하는 관계항! 이것도 일종의 키네틱 아트일까?

하여간 작가의 발상이 경이롭다.






사진 - 美術手帖

[관계항 - 거울의 길]

관계항 - 아치의 스테인리스를 대신해 거울의 길이 놓여 있고 중앙에는 둥근 바위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자갈이 깔린 전시실을 걸으면 울퉁불퉁한 자갈의 감촉과 소음이 발을 통해 전해지다 곱게 깔린 유리에 올라서면 리모컨의 mute를 누른 듯 고요가 펼쳐지고, 거울의 길을 따라 발을 움직여보면 주변은 내 걸음걸이에 따라 형태를 바꿔가며 반응한다. 물질과 문명, 인간과 물질의 관계항, 모든 것은 연결돼있고 끊임없이 반응하고 변화한다.



조형과 설치로 시작된 전시는 중반을 지나면 대형 회화 작품들로 바뀐다. 모노하 회화의 시초가 되는 초기 "점으로부터"의 작품들은 기간대별로 구성이되어있다. 80년대 시작된 바람 시리즈인 "바람으로부터", "바람과 함께"의 대작들이 다수 선보였으며 90년대에 그려지기 시작한 "조응"시리즈는 뒤를 이은 "대화"의 시리즈와 함께 순차적으로 전시되어 이우환의 회화의 변화를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美術手帖


사진 - 美術手帖



사진 - 美術手帖

거대한 흰 벽면의 중앙에 그려진 작은 직사각, 2022년 신작 대화(Dialogue)

20여 개의 공간을 나누어 작품을 설치한 이번 전시의 마침표를 찍은듯한 경이로운 벽화 한 점.

회화에서 여백이란 빈 공간이 아닌 가득 채워진 아름다움이다.

모노톤 직사각의 형상이 무한 확장을 하며 공간과 비공간, 채움과 비움, 물질과 비물질과 대화 하며 미(美)의 정점을 찍는다.


이우환의 도쿄 최초 대규모 뮤지엄 전시 "이우환", 전시의 구성과 고안까지 스스로 연출했다고 하니 그의 작품 예술성에 더해 예술적인 감각과 연출력까지 볼 수 있는 최고의 전시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단연 올해 가장 재미나게 본 전시.


오늘의 결론 "이우환은 위대한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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