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inArt Sep 25. 2022

 가나자와 스즈키 뮤지엄

D.T SUZUKI MUSEUM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겐로쿠엔

스즈키 뮤지엄


작년 가나자와 여행 때 코로나로 영업이 중단되어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다. 


1년만에 다시 찾은 가나자와, 이 중 겐로쿠엔은 그다지 감명을 받지 못했고 21세기 미술관은 엄청난 인파에 겁을 먹고 관람을 포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스즈키 뮤지엄, 이곳에 뭐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사진 몇 장으로 본 건축이 멋져 찾은 곳인데 실제로 가보니 사진보다 훨~씬 멋진 곳이었다.


가나자와 성과 멀지 않은 곳의 혼다 마치라는 마을의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스즈키 뮤지엄은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외관을 하고 있다. 건물의 외벽은 노출 콘크리트로 둘러싸이고 외부와 지붕의 장식도 짙은 회색과 백색으로 장식돼있는 모노톤의 구조물이다. 뒤편의 작은 동산의 녹음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단아함으로 차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편함이 숨어있기라도 한 듯 노출 콘크리트에 박혀있다. 일본에 유난히 많은 노출 콘크리트의 건축물은 어찌 보면 좀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적인 세월을 머금고 있는듯하여 좋다.




스즈키가 뭐 하는 사람일까? 뮤지엄의 이름만 듣고는 아트 컬렉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일본계 미국인 승려이자 불교 철학가라고 한다. 뮤지엄의 면적은630M2로 아담한 공간이며 작은 전시실 두 곳과 명상의 공간 그리고 외부 정원 두 곳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다. 내부 전시실에는 고미술 몇 점이 전시돼 있고 스즈키 씨가 쓴 책들이 여러 권 비치되어 있으며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있어 작은 책방처럼 꾸며 놓았다.





먼저 매표소를 통과하면 조명을 최소화한 복도가 나온다. 그리고 이곳을 조용한 발걸음으로 따라 들어가면 중간이 조금 지난 즈음에 외부 정원을 담은 큰 창이 나오고 복도의 끝은 전시실로 이어진다.






전시실 내부에는 고 미술 몇 점과 서적 등이 전시돼있으나 사진 촬영은 불가





한산한 전시실을 나오면 뮤지엄의 하이라이트인 물의 정원이 나온다. 이름도 멋진 "물거울 정원" 이 커다란 거울에 하늘과 구름이 가득 들어차 있고 그 주위를 평평하고 낮은 지붕을 한 벽이 둘러 처 있다. 




낮은 담길을 따라 걸어가면 "사색공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아름다운 정사 각의 건물 한 채를 만나게 되는데 흡사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꾸밈없는 단아한 건물이 물거울에 비친 광경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늦더위 태양이 물거울 정원에 넘실거리고 버드나무가 한 그루가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물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자니 매미 한 마리가 이곳의 풍경과 어울리는 느린 울음을 늘어트린다. 지금을 기억하고 싶어 카메라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보지만 사진은 내 망막에 맺혀진 미(美)의 100분의 1도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사색의 공간 내부로 들어가 보니 사색이 한창이다. 이 젊은 여인은 무슨 사색에 잠겨 있을까? 




남의 형상을 비추기만 하던 물거울도 자신의 모습을 사색의 공간에 비추어 보고..




사색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세련된 풍경을 가진 사색의 공간을 나서 뮤지엄의 뒤편에서 이곳을 다시 바라보니 처음의 단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당한 자태로 변신해 있다. 





물거울은 흐르지 않고 멈춰있는 듯 보이지만 미세하게 수위를 높여 작은 소리를 내며 자갈 위로 넘쳐 귀를 행복하게 하는 소음을 쉬지 않고 내보낸다.








어느 곳에서 어디를 바라보아도 아름다운 이런 건축물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건축에는 문외한이지만 스즈키 뮤지엄에 들어선 내내 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뮤지엄을 나와 입구에서 오른쪽을 보니 작은 정원이 보여 들어가 보았다. 소나무 바람이 부는 정원이란 이름을 가진 쇼후카쿠 가든으로 입장료 없이 개방된 공간이다. 아기자기하지만 소나무며 단풍나무가 웅장하리만치 키가 크고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고 있었는지 고풍스러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자원봉사 안내원분께 잠시 이곳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본의 3대 정원이라고 알려진 주변의 겐로쿠엔이 이곳 정원을 모델로 만들어졌고 아직까지 개인 소유인 이곳은 대중에게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알려주신다. 한적하고 아담하게 운치가 들어차있는 것이 사람 북적이는 커다란 겐로쿠엔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스즈키 뮤지엄의 건축가를 찾아보니 그럼 그렇지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뉴욕의 MOMA며 긴자 식스의 건축가인 요시노 타니구치씨(Yoshino Taniguchi)의 작품이다. 그저 일본 지방 도시의 아담하고 볼만한 건축물로만 알고 찾아갔던 곳이 거장의 작품이었다.


미술이던 건축이건 글이건 음악이건 거장들의 작품에는 역시 거장의 냄새가 나기 마련이라는 명료한 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가나자와 D.H SUZUKI MUSEUM, 겨울 한적한 눈발이 날리는 날에 다시 한번 꼭 찾고 싶다.


https://www.kanazawa-museum.jp/daisetz/english/index.html







매거진의 이전글 군마현 아트 투어 - 시로이야 호텔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