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에 잠식당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인 홍콩의 불안을 틈타 왕위를 쟁탈하려는 글로벌 미술 시장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주목할만한 건 분주임 못지않게 그 결과물들도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1.FRIEZE - 프리즈는 서울을 선택하여 UK를 제외한 역대 최대의 성과를 달성했다.
2.Taipei Dangdai Artfair - 엄청난 성공에 자신들도 놀란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페어는 2020 첫해에 관람객 2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내년 5월 대규모로 확장된 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당다이 아트페어 도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아트 바젤의 파트너사인 UBS와 협업하고 있다.
3.ART SG - 싱가포르 역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내년 1월, " Southeast Asia’s largest ever art fair and Asia Pacific’s biggest art fair"를 슬로건으로 엄청난 광고를 쏟아부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재미난 것은 아트 바젤의 주인인 MCH Group의 움직인데 몇 년 전 아트 싱가포르를 팔아버리고 싱가포르 미술 시장에서 철수한 이들이 홍콩의 빨간 물결화가 시작되자마자 ART SG의 지분을 15%나 인수한 것이다. 아무래도 여려 면에서 홍콩의 글로벌 경제 시장과 닮은 점이 많은 싱가포르가 신 미술 거대 시장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듯하다.
4.Paris Asian Artfair ASIA NOW - 한편 가만히 앉아서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게 생긴 이들도 있다. 올해 8년째 행사를 개최한 프랑스 파리의 ASIA NOW는 에가미 에츠를 내세운 중국의 탕갤러리가 참여하기도 했는데, 역시 역대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고 하니 빨간 홍콩에 감사 인사를 날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본 미술 시장의 움직임
이렇게 아시아 각국을 넘어 글로벌 미술시장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때, 아시아 국가 중 글로벌 스타 아티스트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미술계는 어떨까? 프리즈 서울 등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여러 기사를 내놓기도 하고 하네다 특별 미술품 무관세 구역을 지정해 글로벌 큰손 컬렉터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일본 국내 아트페어도 양적인 팽창을 시도하고 있는데 아트페어 도쿄를 선두로 여러 지방의 아트 페어들도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을 시도하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아직 상당히 멀어 보인다. 아트 페어 도쿄를 포함해 오사카 아트 페어, 후쿠오카 아트페어 AFAF 등 올해 일본 국내 주요 아트페어는 대부분 관람해 보았지만 한마디로 "0~아니다" 여러 면에서 홍콩의 후보지라고 불릴만한 곳은 현재는 전무하다.
TOKYO ART WEEK
한편 이런 아트 페어 외에 도쿄 아트 위크라는 미술 행가가 매년 열리고있다. 그리 화제를 모으는 행사는 아이였으마 올해는 과거와 달리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꽤 볼만한 행사였다. ART BASEL, ARTSY와의 콜라보로 글로벌 VIP 컬렉터 300명을 도쿄로 실어 나르는데 성공한 이번 행사는 세일즈 면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의 꽤 많은 컬렉터들이 모여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TOKYO ART WEEK 2022
November 3–6, 2022
10am–6pm
(Opening hours vary for participating venues)
도쿄 아트 위크는 다른 아트 페어와는 달리 무료다. 그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유명 미술관, 박물관은 할인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갤러리들이 그림을 들고 한 장소로 몰려드는 것이 아닌 각자의 공간에서 전시를 열고 컬렉터들로 하여금 발품을 팔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품을 팔게 도와주는 것이 꽤 잘 만들어진 공식 애플리케이션과 컬렉터들을 실어 나르는 무료 순화 버스이다. 올해에는 도쿄의 주요 갤러리, 미술관 등 50여 개의 업체들이 참여하였다.
무료인 도쿄 아트 위크 공식 앱을 다운로드하면 도쿄 구석구석을 누비는 무료 순환 버스의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택시비가 비싸고 차가 있다고 해도 일일이 찾아가기 쉽지 않은 도쿄 여러 지역의 갤러리들을 편리하게 돌아보는데 매우 유용한 이 버스들은 특히 올해 글로벌 VIP 컬렉터들이 탑승한 버스가 갤러리들을 돌 때마다 갤러리스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둘러본 ART WEEK TOKYO 2022 중 몇 곳을 간략히 소개해 보자면,
WAITING ROOM : 2022 VOCA 전의 대상 스타, Kawauchi Rikako를 발굴한 도쿄의 중견 갤러리로 이번 행사 기간에는 독일에서 활동 중인 설치작가 Naho KAWABE와 미국 뉴욕의 Hanae Utamura의 듀오전 "STRATA"를 기획했다.
일면식도 없는 두 작가가 큐레이터 M 상의 기획으로 온라인에서 만나 일명 코로나식으로 기획한 전시로 설치와 비디오 사진 등을 통해 지각, 지층(?)을 소재로 꾸민 전시가 재미났다.
뉴욕에서 아트를 공부하고 작가가 아닌 갤러리스트로 인생길을 잡은 M 상 다운 멋진 전시.
KOMAGOME SOKO : 멀리 코시마구까지 다녀왔다. 젊고 파격적이며 기존의 틀을 추종하지 않는 대안공간 성격의 젊은 갤러리. New Works Vol. 2라는 신선한 기획전을 보고 왔는데 이 중 AKIKO NAKAYAMA의 비디오 작품이 볼만했다. 요즘 미디어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어떻게 저변 확대를 하고 보다 많은 작품이 판매되게 할지는 아직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NFT가 대안이다? 글쎄 NFT는 시대의 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지 모르나 미술과의 접목이 과거 1~2년 보다 더 주목받는 시대가 올까? 안 온다고 봅니다.
OTA FINE ARTS : 일본 국내 아트 이벤트에는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 오타 갤러리가 꾸준히 도쿄 아트 위크에 참여하고 있다. 뭐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탑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참여하니 볼거리가 늘어 좋다.
이번에 행사 기간 동안 준비한 전시는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도자기 공예작가의 전시를 준비했다. 마사야스 미츠케라는 그만의 독특한 공예분야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 이 작가의 작품은 보고 또 보아도 신기하다. 한편 6년 만의 개인전의 작품들은 모두 추첨을 통하여 컬렉터를 찾아가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탐나는 작품이다.
NATIONAL ART CENTER TOKYO : 8월에 이미 다녀온 전시지만 도쿄 국립 신 미술관 개관 15주년 특별전 "이우환", Tokyo Art Week 을 위해 준비한 전시는 아니지만, 이벤트 기간 동안 공식 앱을 보여주면 할인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뮤지엄으로 이 기간 동안 단체 등 많은 관람객이 추가로 이우환전을 관람하였다고 한다.
OBAYASHI COLLECTION : 단연 이번 이벤트의 꽃 중의 꽃, 오바야시 컬렉션. 일본 최고의 건설 기업인 Obayashi Coperation의 오바야시 회장의 개인 컬렉션의 일부가 도쿄 아트 위크 기간 중 공개되었다. 하지만 조직위 공식 웹사이트나 어디에도 이의 홍보는 찾아볼 수 없는 독립 행사로 자신의 도심 속 별장 겸 개인 전시 공간을 비공개 예약을 통해 이틀간 대중에게 개방했다.
관람평은 간략히 요약하면 "천국에서 본 오금 절이는 전시" 일본 최고의 아트 컬렉터 중 한 명인 오바야시 컬렉션의 이름에 딱 걸맞은 전시다. 게다가 그의 절친인 안도 타다오상이 만든 도쿄 한복판의 오마야시의 개인 별장은 현대판 아시아의 베르사유궁전.
사진 촬영영은 가능하나 SNS 등의 업로드를 삼가달라는 문구가 있어. 작품과 건축 설명은 빼고 사진 몇 장을 첨부해 본다.
두 시간을 돌아보아야 꼼꼼히 전시를 볼 수 있는 도심 속 베르사유에서 침을 흘리며 관람을 하던 중 영광스럽게도 큐레이터 S 상의 소개로 오바야시상과 인사를 나눌 기회가 주어졌다.
컬렉션과 건축물이 경이스럽고 이런 멋진 예술들을 감상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슬림한 젊은이들 정장에 베스트까지 멋지게 소화하고 있는 멋쟁이 할아버지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제주의 안도 타다오 건물인 본태 뮤지엄으로 이어졌고 자신의 절친인 안도상에게 본태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다고 하니 반가워 기회가 되면 꼭 찾아달라고 말씀드렸다. 우리가 마지막 관람객인지라 집주인의 배웅까지 받고 나와 드는 생각 "이곳의 모든 것들은 아트, 미술이라는 역할에 모두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서울, 도쿄, 싱가포르 모두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도시로 각기 나름의 개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서울은 프리즈의 첫 성공을 두고 또 하나의 국뽕에 도취돼있는 건 아닌지. 단색화에서 끝나버릴지 모르는 그나마 극 소수의 설치작가들 몇 명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작가 군, 안방 싸움, 비정상적인 미술계 구조 등에서 오는 한계 등을 멋지게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까? 홍콩의 바통을 과연 누가 이어받게 될까? 향후 몇 년간의 아시아 미술 시장의 분주함들이 아주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