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요나라 런치

마누라 사마의 소울 푸드

by 도쿄 미술수첩

현재시각 2025년 12월 31일 11:45


2025년의 마지막 점심으로 계획해 두었던 옥동식 도쿄점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타마치역에서 야마노테선으로 신오쿠보역으로 가는 중. 어째 마누라 사마의 표정이 밝지 않다.

아마 메뉴 때문? 국밥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그녀를 위해 급 메뉴변경을 제안해 보았다.

그렇게 해선 변경된 오늘의 점심은 마누라사마의 소울 푸드 “양념 치킨!”


국민 음식인 치킨이 그녀의 소울 푸드가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저 온다.

마누라 사마 어릴 적 학교서 1등을 하거나 100점을 받아오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양념치킨”을 사주시던 장모님 덕분에 그녀에게 양념치킨은 특별한 음식이자 소울 푸드가 되었다는 이야기.


나에게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이야기이다.

나는 7살이 돼던 해에 ’ 비움의 미학美学’에 득도하여 '채워지지 않음'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꽉 채워진 100점이란 것은 항상 멀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총명한 마누라상은 100점이 아니면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니 욕심이 많은 여자다. 그래서 남편도 100점짜리 남편을 택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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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2025년 사요나라 런치는 신오쿠보 네네치킨 2호점.


현재시각 12:29

절반이 외국(일본인 외)의 손님들로 가게가 이미 분주하다.


노랑머리,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일본에 놀러 와서 신오쿠보를 찾아 한국 음식을 맛나게 먹는다니 참 신기한 풍경을 직접 목격한 순간이다. K콘텐츠의 파워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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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한국과 달리 치킨 외에도 각종 한식 메뉴가 있다.(한국도 있나?)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양반후반(양념반 후라이드반) 그리고 ’ 지평'이라는 브랜드의 막걸리다.

아쉽게도 탄산은 없지만 누룩이 걸죽히 발효되어 굉장히 구수한 맛이다.


이것도 K콘텐츠인가? 여기서는 짬빱 식판에 치킨이 나온다. 상당히 마음에 안 들지만 마누라상의 소울에 방해되지 않게 아무 말 않고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오늘은 내가 마누라상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1년도 더 지나 먹는 치킨이건만! 역시 나는 한국인인가 보다.

그리고 지평 막걸리가 치킨의 느끼함을 잘 잡아준다.


역시 맛있게 네네치킨을 흡입하던 마누라상이 4개월간 말 안 하고 숨겨온 사실을 고백하겠다고 한다.

‘헉! 치킨을 먹다 왠 고백? 설마 양념치킨으로 감정이 격양되어 ”오빠 정말 사랑해 “이런 거?

이런 느끼함은 굉장히 부담스러울 텐데…’


4개월을 숨겨왔다는 그녀의 고백은 다행히도 느끼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 8월 서울 출장을 갔을 때 이야기인데 호텔방에서 룸 서비스로 ”양념 치킨”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너무 맛이 없어서 한쪽밖에 못 먹었다.

그리고 너무 후회를 했다.

머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100% 이렇게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아니 룸서비스 메뉴에 맛있는데 잔뜩 있을 텐데 왠 ‘양념치킨’을 시켰어?”

오늘도 이렇게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마누라상의 고백도 받았고 연말연시의 포근함을 깨지 않기 위해 조용히 치킨을 즐겼다.


어느덧 마흔 중반이 된 마누라상, 엄마의 칭찬이 없이도 양념 치킨을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며 장모님을 대신한 칭찬을 마음속으로 해보았다.


‘마누라사마 오늘 한해도 정말로 수고 많았고, 나랑 재미나게 놀아줘서 고마워.

마누라사마 올해 100점 �!‘


그녀의 소울 푸드 양념치킨처럼 2025 사요나라 런치는 매콤 새콤 달콤하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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