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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Nov 20. 2021

도쿄 3331 아트 페어 심사위원 참관기


지난 10월 29일부터 사흘간 도쿄 3331 아트 페어 (TOKYO 3331 ART FAIR 2021)가 개최되었다. 이 이벤트는 일본의 중소형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아트 페어로 젊고 참신한 작가들과 지방 갤러리들의 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다.

 3331 아트페어가 열린 장소는 도쿄 치요타구(千代田区)에 위치한 3331 아트 치요다(3331 ARTS CHIYODA)로 현대미술을 비롯한 디자인, 건축 및 실험미술들을 선보이고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공공 미술 커뮤니티다. 중학교로 쓰이던 건물을 활용하여 소형 갤러리들과 카페 등이 입점해있고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교육과 세미나 등이 열린다.  코로나로 지난해 행사가 취소되고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페어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서 프리뷰가 시작된 날부터 활기가 넘쳤다.



한편 아트페어에 주최측에서는 매년 심사위원 격인 prize selector를 발표하는데, 영광스럽게도 마누라상과 나도 prize selector로 선정되어 본 행사에 참여하였다.

재미난 점은 작가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방법인데, 전시 작품 중1, 2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심사위원들이 어떤 작품을 구매하게 되면 그 심사위원의 이름이나 명칭으로 된 상이 작가에게 부여되는 방식이다. 마누라상과 나는 우리가 수여하게 되는 상의 명칭을 mjartbee_collection이라고 정하고 소품 한 점을 골랐다.



우리가 고른 작품의 아티스트는 멀리 홋카이도에서 온 Gallery 門馬(갤러리 몬마) 소속의 유카 카사이 Yuka KASAI로 삿포로 시립 대학교에서 일본화를 전공한 20대 후반의 여류 작가이다.


일본화는 처음 소장해 보는데 재미나게도 소재가 발足이다. 작가가 자신의 구멍 난 양말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작품이 재치가 넘친다. 제목은 '발아'로 구멍을 비집고 나온 발가락이 씨앗에서 싹이 피어나는 모양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집에 가져와 침실 구석에 걸었는데 마침 마리아 파라(Maria Farra)의 작품 속 등장하는 구두들과 주인공의 신발과 잘 어울린다.  이 '발아'를 보고 있으면 가끔 '나도 무언가 엉뚱한 상상을 해볼까나~'하고 생각해보게 되어 즐겁기도 하다.





유카 카사이는 일본 종이인 와시(和紙)에 일본화 기술을 써서 그림을 그리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동 시대성의 사물들이다. 이를 미니멀리즘과 결합하여 여백 미가 멋진 신新 일본화를 그려낸다. 이번 페어에는 넉 점이 출품되어 우리가 구매한 작품을 포함하여 나머지 석점도 모두 소장가를 찾아가게 되어 경사스럽다. 





본격적인 페어가 열리기 전인 프리뷰에도 많은 컬렉터들이 찾았고 반 이상의 작품들이 판매된 듯 보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미술 시장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이 좋은 컬렉터를 만날 수 있고 도쿄가 아닌 지방의 중소 갤러리가 여럿 참여하여 풋풋함이 가득 찬 기분 좋은 행사였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처음 해보는 심사위원 놀이에 멀리 홋카이도에서 그림을 바리바리 챙겨 온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어 나름 뿌듯한 기분이 드는 행사였다. 내년에도 젊고 참신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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