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머징 아티스트 2
코헤이 쿄모리, 그가 언젠가는 탑 갤러리에서 멋진 개인전을 열고 일본 미술시장에 화려하게 정식 데뷔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일본의 1군 갤러리 중 한 곳이고 홍콩과 대만에도 분점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에도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Whitestone Gallery에서 지난 10월 코헤이 쿄모리의 개인전이 열렸다. 2년 전 테라다 아트 콤플렉스의 작은 아트페어에서 이름 모를 갤러리의 작은 부스를 수줍게 지키고 있던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도쿄 긴자의 화랑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작품은 2년 전과 비교하면 회화적인 요소가 다소 가미되어 보다 세련되지고 부드러워졌다.
그간 어떤 이들은 그의 작품은 인테리어적인 요소가 강하고 작가 자신은 아티스트라기보다는 작품을 찍어내는 판화 공방의 공예가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들에 큰 공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신작들에는 채도가 높은 밝은 색을 사용해 추상의 터치가 가미되고 나니, 기존의 작품들에 왜 그런 얘기들이 있었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듯하다.
물론 가격은 눈이 동그래질 만큼 올랐다.
사실 코헤이 쿄모리에게는 엄청난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고교생 미술반의 습작 수준이 아니기만 하여도 세간의 주목을 끌어낼만한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최초의 에르메스 스카프 작가"라는 타이틀이 그것인데, 에르메스 창사 이례 처음으로 자사의 스카프 디자인을 일반 아티스트들 대상으로 공모를 하였는데 무려 5천5백여 명의 경쟁을 뚫고 그랑프리 작가로 선정되어 그의 에르메스 스카프가 작년 4월 전 세계에 출시되었다.
긴자 화이트 스톤 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 한편에 작품과 함께 스카프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상술을 발휘한다는 이 갤러리의 소문이 뜬소문은 아닌 모양이다.
오래간만에 그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여전히 겸손하고 한결같은 사람이다. 너무 한결같아 때로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근데 저 다소곳함은 뭐지? 누가 보면 나한테 욕먹고 있는 줄 알겠네.
한편 소품들을 전부 사재기하는 딜러들 몇 명과 바람잡이가 데려 온 아줌마 한 분,
역시 도쿄 미술계에도 인사동과 비슷한 풍경이...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올블랙 패션 차림이지만, 어째 사람이 달라져 보이는 작가상.
2년 전 컬렉션 한 그의 소품 두 점, 길조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잉어를 우리 집 현관에 걸어두고 있다.
화이트 스톤 갤러리 긴자 신新 전시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와 이후에 홍콩에서 열린 전시회까지 모두 Sold Out으로 단숨에 뜨는 작가로 등극하여 작가 인생에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나날이 아녔을까 싶다.
나도 그의 컬렉터로서 기쁜 것은 마찬가지지만, 도쿄의 탑 갤러리 중 다른 곳에 픽업이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우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하여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과 전시 기대합니다.